장애인 보험 놓고 '늦장' 보험사, '재촉' 금융당국
예정된 4월 지나도 장애인 연금보험 출시 '불확실'
보험료율 산정 어렵다는 보험사, 보험료율 이미 나왔다는 금융당국… 주장 엇갈려
장애인 연금보험 출시가 미뤄지면서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삐걱거리고 있다. 보험사는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상품 출시에 늦장을 부리고 있고, 금융당국은 '공익성'을 강조하며 보험사를 재촉하고 있는 모양새다.
29일 보험업계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DB생명, 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3개 보험사는 장애인 전용 연금보험을 4월 중 출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 보험사는 아직 구체적인 출시일마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는 상품 출시도 불투명하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지난 2월20일 금융위원회는 업무보고에서 일반 연금 상품보다 낮은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더 받는 장애인 연금보험을 4월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의 노후보장을 위해 공익성 짙은 보험 상품을 내놓는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장애인 연금보험은 20세부터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최소 4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일반 연금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 또 연금 수령액도 일반 연금보다 10~25% 더 많도록 설정했다. 더 오래 더 많이 받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상품 설계가 가능했던 이유는 장애인 기대수명이 짧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연금개시 시점을 20세부터로 해도 장애인 기대수명이 짧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공익성이 짙은 상품이기 때문에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아 연금수령액도 더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보험사 반응은 미지근하다. 특히 보험료의 기준이 되는 보험료율을 산정하는데 어려움을 보이며 상품 출시를 미루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통계자료가 부족해 상품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며 "장애인만 따로 사망위험률을 통계화하지 않아 상품을 개발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4월 출시설에 대해 "우리 보험사는 4월에 출시한다고 밝힌 적 없다"면서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4월에 출시한다고 한 것 같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며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4월 출시를 강하게 요구했던 것 같다. 보험사의 수익성이나 상품준비기간은 따지지 않은 이벤트성 행정"이라고 비꼬았다.
이들 3개 보험사 모두 상품출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선 통계자료가 부족해 보험료율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일부 보험사는 "수익성이 떨어지면 안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시장상황을 봐서 상품출시 자체를 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상품출시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보험사가 장애인 연금보험 출시를 미루는 건 '보험료율'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장애인 관련 통계자료를 받아 보험료율은 이미 나왔다"면서 "보험료율 때문에 출시가 늦어지는 게 아닌 상품 세부적인 것을 가다듬다 보니 늦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5월 연휴가 끝나면 3개 보험사 중 2개 보험사가 상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내다봤다.
또 4월에 출시한다는 얘기는 어떻게 나왔냐는 질문에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일방적으로 4월까지 출시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일부 보험사 대표가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4월 장애인의 날에 맞춰 출시한다고 말했다"고 책임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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