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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코치님' 맨유만 바라본 긱스…빛과 그림자


입력 2014.05.22 06:03 수정 2014.05.22 09:4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23년간 맨유에서만 활약..트레블 위업 주역

불륜과 월드컵 불운의 어두운 시간도 보내

긱스는 1991년 처음 프로무대에 공식 데뷔한 이래 2013-14시즌까지 무려 23년간 오직 맨유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 데일리안 DB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전설' 라이언 긱스(41)가 화려한 선수생활을 접었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 경질 후 시즌 막바지 잠시 임시 감독대행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긱스는 다음 시즌 현역 유니폼을 완전히 벗고, 신임 루이스 반 할 감독 체제에서 수석코치로 본격적인 지도자 길에 뛰어든다.

긱스가 유럽축구계에 남긴 족적은 매우 거대하다. 웨일스 수도 카디프서 출생한 긱스는 어린 시절 알렉스 퍼거슨 감독 눈에 띄어 맨유에 입단했다. 긱스를 비롯해 데이비드 베컴, 폴 스콜스, 개리 네빌 등 맨유 유스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유망주들은 이후 '퍼기의 아이들'로 불리며 맨유의 세대교체와 전성기를 열어젖히는 주역들로 자리매김한다.

긱스는 1991년 처음 프로무대에 공식 데뷔한 이래 2013-14시즌까지 무려 23년간 오직 맨유 한 팀에서만 활약했다. 현역 선수 중 보기 드문 원 클럽맨이다.

총 13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4번의 FA컵 우승, 2번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맨유 역사에서 화려한 순간들에는 늘 긱스가 있었다. 1998-99시즌 프리미어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를 동시 석권한 '트레블'은 긱스와 맨유의 역사에서 최정점으로 꼽힌다.

전성기 긱스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크로스 능력을 앞세워 당대 최고의 왼쪽 날개로 군림했다. 기교를 많이 부리지는 않지만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과 넓은 시야, 정확한 판단력, 심지어 공격수 못지않은 탁월한 득점력까지 갖춰 누구보다 믿음직한 미드필더였다.

나이를 먹은 이후 운동능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세련된 패스와 완급조절로 이를 만회하며 꾸준히 정상급 선수로 군림했다.

중앙 미드필더와 처진 공격수까지 무난하게 소화하는 멀티플레이어로 진화했고, 여전히 상대의 타이밍을 무너뜨리는 킬패스와 크로스 능력은 나이 먹은 선수가 거친 EPL에서 어떻게 장수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교본과도 같았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스승' 퍼거슨 감독이 중요한 경기마다 긱스의 이름을 당당히 선발에 올린 이유다.

아쉬울 게 없는 선수생활을 보낸 긱스에게도 그늘은 있다. 클럽무대에서 모든 것을 이뤘지만 정작 최고의 선수들이 꿈꾸는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뛸 수도 있었지만 긱스는 영국축구계에서 상대적으로 약체인 웨일스 대표팀을 선택하며 조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1991~2007년 웨일스 국가대표로 64경기 12골로 좋은 활약을 보였다. 긱스는 훗날에도 여러 차례 “웨일스 대표팀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2년에는 조국에서 열린 런던올림픽에서 영국 단일팀의 와일드카드로 출전하기도 했지만 8강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에 승부차기로 덜미를 잡히며 대표팀의 불운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긱스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큰 오명은 역시 지난 2011년 터진 불륜 스캔들일 것이다. 친동생 로드리 긱스의 아내와 8년간 불륜 관계가 언론을 통해 폭로되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모범적인 사생활과 자기관리로 쌓아온 긱스의 성실한 이미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했다.

긱스는 한동안 조롱의 대상이 되며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축구인으로서의 위상에는 손상을 입지 않았다. 한국적인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지만, 사생활과 공적인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구분하는 유럽적인 사고방식과 긱스가 영국축구계와 맨유에서 차지한 비중 덕분이기도 했다.

영욕의 선수생활을 마친 긱스는 지도자로서 제2의 축구인생의 출발점에 섰다. 미래의 맨유 감독후보로 꼽히는 긱스가 '스타 출신 지도자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깨고 지도자로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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