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우리은행 매각 '더블-트랙' 꺼낸 이유는?
전략적 투자자 + 재무적 투자자 동시·분리 매각 방안
과거 1~3차 매각 보다 실현가능성 제고, 콜옵션 시도
우리금융 민영화가 막바지에 도달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우리은행 매각에 대한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영권과 재무적 투자자에 대한 분리·동시 매각을 시키겠다는 더블트랙(Double-Track) 방안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자신의 직을 걸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임기 내에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사활을 건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과거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에 있어 경영권 매각에만 매달렸던 방식을 뒤집은 판단이어서 매각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23일 오전 공적자금위원회 회의에서 "과거 수차례 우리금융 민영화 시도가 있었지만 불리한 시장여건,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번번히 실패해왔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민영화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로 지난 1년간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민영화를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외환위기 이후 13년간 끌어온 해묵은 과제였다. 모두 세차례에 걸쳐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삼수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워낙 덩치가 큰 매물이었던 만큼 단기간 내에 일괄매각으로는 험난한 여정일 수 밖에 없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막바지로 달리면서 우리은행 매각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당초 계획한 대로 우리금융 8개 자회사가 매각에 성공했으며 매각을 통해 3조5000억원의 자금이 회수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매각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더블트랙(Double Track) 방식을 선택했다. 실현가능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신 위원장은 "더블트랙 방식, 콜옵션 등 새로 시도되는 방식인 만큼 추진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시장과 끊임없이 소통된다면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금융당국은 세차례 매각방안에 있어 우리금융 경영권 지분 30% 이상을 일괄해 빠른 시간내에 매각하려는 기본 방침을 둔 바 있다. 하지만 시장이 원하는 방향에 맞춘 시도보다 경영권 인수에만 매달려 매각을 진행해 1~3차 매각까지 모두 실패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역시 이임식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임기동안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우리은행 매각을 위해 꺼내든 더블트랙 방식은 경영권 인수를 원하는 전략적 투자자는 물론 투자차익을 희망하는 재무적 투자자 등 모든 투자자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동시에 실시한다.
경영권 입찰은 일반 인수합병(M&A) 절차와 마찬가지로 30% 일반 유효경쟁 입찰과 소수지분 입찰은 10% 이하 희망수량 경쟁입찰을 실시할 방침이다.
경영권 매각측면에서도 과거 방안보다 성공가능성을 높였다. 금융지주회사법과 시행령에는 각각 금융기관의 금융지주회사 지배금지와 다른 금융지주회사가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지분 100%를 보유할 필요 등을 고려했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간 합병을 거쳐 소유 규제가 적은 은행 형태로 매각해 잠재투자자의 범위를 대폭 넓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경남,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 증권계열 분리매각을 통해 경영권 지분의 매각규모를 줄인 것도 예비희망인수자의 자금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경남, 광주은행의 비중에 해당하는 15% 이상 감소했으며 금액으로 따지면 2조5000억원 수준이다.
더불어 재무적 투자자는 경영권 입찰에 참여하거나 단독으로 소수지분 입찰에 뛰어들 수 있게 만들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더욱 소수지분 입찰에 참여할 경우 자신의 투자목적 달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콜옵션으로 유인할 수 있다.
다만 경영권 매각측면에서 볼때 교보생명 외에 인수 희망자가 없어 유효경쟁 조건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실패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박상용 공적자금위원장은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의사가 있다는 주최가 복수로 여러 곳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방안을 빼고 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금융 자회사을 분리해 건별로 매각규모를 축소해 경영권지분 매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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