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한화이글스, 언제까지 그 자리에
최근 5시즌 간 4차례나 최하위 ‘굴욕’
올 시즌도 3할대 승률, 굴욕적 기록 쏟아져
각 시대별로 프로야구에는 '꼴찌 왕조'들이 존재한다.
프로야구 초창기였던 80년대 초반 꼴찌를 독점했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원조였고, 이후 청보-태평양-쌍방울-롯데 등으로 계보가 이어졌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한국프로야구의 새로운 꼴찌 왕조로 등극한 팀은 한화 이글스다. 2009년 창단 첫 꼴찌를 기록했던 한화는 최근 5시즌 4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며 프로야구 전체를 통틀어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2008년부터는 무려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있으며, 현재 분위기로 7년 연속이 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한화는 올 시즌도 60경기 치른 현재 21승2무38패(승률 0.356)로 LG에 2.5경기차 뒤진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 LG와의 단두대 매치에서도 1승2패에 그쳤다. 3할대 승률을 기록 중인 팀은 한화가 유일하다.
올 시즌 최하위는 유난히 뼈아프다. 지난 겨울 모처럼 남부럽지 않게 돈을 뿌린 한화다. 이용규와 정근우를 비롯해 FA 시장에만 180억 가까이를 투자했고, 해외 구단에 이적료까지 지불하며 외국인 투수를 영입해왔다. 투자 규모만 보면 역대 프로야구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단기간의 투자만으로 한화가 우승권이나 4강수준의 전력으로 급상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탈꼴찌를 걱정해야 할 수준을 기대한 것도 분명히 아니었다. 뚜껑을 열자 타선의 위력은 기대 이하였고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선발진이 붕괴됐다. 불펜도 고정 마무리 없이 그때그때 컨디션이 좋은 투수들을 쓰고 있다.
올해로 김응용 감독과 해태 사단의 영입 이후 2년이 돼가고 있는데도 팀 분위기가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게 아쉽다. 한화가 4강권에서 멀어진 지 어느덧 7년이 돼간다. 하지만 아직도 리빌딩의 기본적인 윤곽이나 비전조차 보이지 않는 현실은 눈앞의 꼴찌 추락보다 더 뼈아픈 부분이다.
한화는 프로야구 9개 구단 중에서 내부 유망주 육성이 가장 저조한 팀이다. 지난해부터 서산구장 시대가 열리며 2군 및 유망주 확충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효과를 거두려면 아직 2~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화의 암흑기 장기화에 대한 우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올해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2001~2004시즌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롯데에 이어 10년 만에 처음으로 3년 연속 꼴찌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다. 최다 꼴찌 기록도 롯데(8회)에 이어 2위에 올라있는 한화는 올 시즌 꼴찌에 머물면 삼미-쌍방울을 제치고 단독 2위가 된다.
전례 없는 타고투저 양상을 보이고 있는 올해 프로야구에서도 한화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이 6.21로 9개 구단 중 꼴찌다. 올해 프로야구 팀 평균자책점(5.33)보다 무려 1점 가까이 높다. 역대 프로야구 단일시즌 최악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꼽히는 프로 원년 삼미의 6.23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역대 프로야구 사상 시즌 팀 자책점이 6점대를 넘은 팀은 아직 삼미가 유일하다.
2013시즌부터 9개 구단 체제가 도입되면서 한화는 지난해 이미 '프로야구 사상 첫 9위'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지난해부터 1군에 합류한 NC는 불과 2년 만에 한화를 뛰어넘어 어느덧 포스트시즌까지 넘보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더욱 초라하다.
눈앞의 탈꼴찌에 대한 걱정보다 1~2년 뒤에라도 팀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느냐는 확신도 없다는 것이 더 답답하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