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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신세계의 '자주'플래그십 가보니..."아직 갈길 멀어"


입력 2014.06.28 12:14 수정 2014.06.29 17:20        김영진 기자

홈퍼니싱 사업 성장 가능성 크지만 뚜렷한 디자인 철학 부재 새로운 제품도 없어

가로수길 자주 플래그십스토어 1층 내부. ⓒ데일리안 김영진
신세계그룹이 홈퍼니싱(생활용품)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소비침체와 각종 규제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사업의 성장은 정체기에 있다. 아울렛이나 드럭스토어, 편의점과 같은 유통 채널도 포화 상태이긴 마찬가지다.

그나마 태동기에 접어든 홈퍼니싱 사업은 성장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말 들어오는 이케아로 인해 홈퍼니싱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포터리반, 웨스트엘름, 윌리엄소노마, 크리에이트 앤드 배럴 등 홈퍼니싱 기업 및 브랜드들이 크게 성장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다.

미국에 눈이 밝은 신세계그룹에서 이 시장을 놓칠리 만무하다.

신세계그룹은 이 일환으로 최근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를 통해 홈퍼니싱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현재 1600억원대 자주 매출을 2020년까지 5000억원대로 키운다는 청사진도 내놨고 3년내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도 밝혔다.

지난 23일 자주의 첫 플래그십스토어가 위치한 강남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았다.

자주의 전신은 이마트의 '자연주의'이며 2010년 신세계인터로 넘어가 리뉴얼 작업을 거쳐 자주로 새로이 태어났다. 그동안 자주는 이마트 등에 입점해 몸집을 키워왔다.

자연주의에서는 친환경성을 강조했다면 자주에서는 도심 속 라이프스타일을 콘셉트로 잡았다.

자주 플래그십스토어는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의 건물로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만 매장으로 운영했다. 신세계인터 소유의 건물이라 임대료 걱정 없이 장기 플랜을 짜기에 적합했다.

신세계인터측은 20일 오픈 이후 첫 주말동안 5000여명이 다녀갔다고 하는데 23일 찾은 날은 비가 와서 인지 손님이 많지 않았다.

'HEARTFUL&FUN TRAVEL'로 이름 지어진 1층은 집 모양으로 꾸며진 목조 인테리어 안에 드립커피 용품이나 머그컵, 향초 등 생활용품 아이디어 제품들이 다수 보였다. 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았고 만져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제품들은 없어 보였다.

자주 플래그십스토어 2층 의류매장. 여성용과 아동용 옷은 있지만 남성용은 구비돼 있지 않다. ⓒ데일리안 김영진
지하 1층은 주방용품 매장으로 꾸며 부엌에서 쓰이는 냄비나 주방 세제 등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놨다. 2층은 의류매장으로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나 친환경성이 강조된 면 소재의 옷들이 주류를 이뤘다. 다만 아동용과 여성용 옷만 구비돼 있어 남성을 소외시킨 측면도 있어 보였다.

3층은 뷰티 및 아로마 매장으로 디퓨저나 룸스프레이, 샴푸, 바디워시 등이 들어와 있었다. 다만 신세계인터에서 직접 수입하지 않고 아로마앤코의 제품들이 많이 보였고 샴푸도 미국제품이긴 한데 아이허브와 같은 해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들이 많았다.

닥터브로너스 제품도 진열돼 있었는데 이 브랜드는 이미 한국에 소개된 지 오래돼 새로울 건 없어 보였다. 결국 수입 제품이라도 새로울 건 없어 보였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서 생산됐거나 외주 제작을 한 제품들이 많은 탓에 자주의 색깔이 뭔지 의문을 들게 했다. 신세계인터 측은 사입 제품들의 비중이 20~30%를 차지하고 있어 그 중에서 중국산이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주의 3층 뷰티 및 아로마 매장. 사입 제품들이 많고 해외 사이트서 직구로 흔히 구할 수 있는 제품들이 많다. ⓒ데일리안 김영진
개인적으로 2000년대 초반 이마트의 자연주의에서 베이지색 계열의, 당시로서는 대단히 파격적인 색상의 문구용품과 생활용품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사소한 문구용품 하나 사더라도 근처 문방구를 찾지 않고 멀리 이마트까지 갔다. 아직도 책장 한편에 자연주의 제품이 고스란히 꽂혀있다.

하지만 자연주의에서 자주로 넘어가면서, 자연적인 색상과 친환경성을 버리고 도시의 라이프스타일과 모던함으로 넘어가면서, 무엇이 새로워졌는지 의문이다.

또 뉴욕의 웨스트엘름을 방문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대세인 북유럽 스타일을 따르면서도 미국적 색채를 찾으려는 미국 홈퍼니싱 디자인에 감동했다. 번뜩이는 디자인과 깔끔한 마무리의 제품들은 계속 매장에 머물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게 했다. 이미 미국에서 이케아는 지는해였다. 가격 또한 대단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자주에 방문한 고객들은 얼마나 이 매장에 머물고 싶어 할까. 매장을 나가고 싶지 않게끔 매력적인 제품들로 채워져 있을까.

또 아시아권 시장에도 진출한다는데 도대체 어떤 디자인 철학과 정체성을 가지고 진출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만 가도 자주보다 훨씬 매력적인 브랜드들이 많다. 그렇다고 아시아권에서 유행이라는 한류가 자주에 묻어나는 것도 아니다.

신세계인터는 수입업에서 시작한 회사고 직접 디자인을 한 것은 보브를 런칭한 1998년부터다. 아직까지 신세계인터의 주사업은 수입업이며 자체 디자인은 보브, 지컷(G-cut), 디자인 유나이티드 등에 불과하다. 그래서 아직까지 디자인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자주를 정말 매출 5000억원으로 키우고 아시아권까지 진출시키고 싶다면 디자인 역량을 키워 좀 더 정체성있고 통일성있는 제품들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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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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