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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라고 할 때 정말 '예'만 하라니…


입력 2014.07.05 08:33 수정 2014.07.05 08:40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공인인증서 대체수단 위해 소비자 선택권 우선해야

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
무엇이든 생각만 하면 이미 그것이 존재하는 사회라고 한다. 바야흐로 빛보다 빨리 변하는 시대다.

하지만 장장 15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우리는 누군가 단단히 고정해둔 수단에 의해 내가 나임을 확인받으며 생활해 왔다. 바로 '공인인증서'다.

'공인'된 '유일한' 인증수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선택권 없이, 불평불만 할 줄 모르고 당연하게 여기며 묵묵히 수용하고 따랐다.

그사이 국내 온라인 결제 시장은 온전히 우리만의 것으로 분리 운영됐다. 어느누구도 '손님(외국인)'은 입장이 허락되지 않았다. 문제를 인식조차 제대로 못 하고 그렇게 살았다.

나는 그 기간에 몇 차례 일탈을 시도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명이다. 우리가 무조건 '예(설치)'를 선택하면서 잃게 되는 무수히 많은 기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현상, 소비자들이 나날이 겪을 어려움만 생각했다.

"이대로 있을 수 없다."

나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새로운 인증방식을 고안하는 일이었다. 무조건 '예'를 누르지 않아도 되고, 원치 않는 소프트웨어를 내 PC에 장착하지 않아도 되는 웹의 정신이 담긴 인증방식을 소비자에게 선보이고 싶었다.

금융회사가 아닌 IT기업이 새로운 인증방식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비용과 본업을 포기하는 수준의 역량을 투입해야 했다. 이 두 가지를 능가하는 크기의 인내심도 요구했다.

그러나 일련의 내 활동들은 마치 공산당이 산을 넘어 마을로 진격하는 것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순식간에 '중단' 조치 명령을 받게 된다. 또다시 우리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예'를 선택하며 생활하고 있다. 늘 그래왔듯.

결국, 대통령이 나서자 정부는 그동안 신뢰했던 공인인증서를 꼭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관성' 때문인지 알 수 없는 힘으로 과거의 방식을 스스로 유지하며 질서정연하게 지내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정부가 인정한다는 뜻의 '승인서'까지 발급받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이것을 실제 사용하는 것은 정부의 승인과는 완전히 별개의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표현 그대로 멘탈붕괴 상태에 이르렀다.

새로운 인증방식을 탄생시키려면 스스로 금융기관이 되거나 아니면 정부가 돼야 할까. 이런 의문까지 들 정도다.

정부, 관공서, 금융기관이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인증방식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술을 인증하는 것 따로, 시장 적용을 허락하는 것 따로, 무조건 '예'를 누르지 않으면 안 되는 소비자 따로. "따로, 따로, 따로..."

이제라도 서둘러 '공통'의 방식을 찾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무조건 예'만' 누르며, 선택권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소비자로 살아갈지 모른다.

글/박소영 페이게이트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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