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정치개입 근절"하다가 정치권에 휘둘릴라
안보전문가들 "선진국은 정치권에서 정보기관 보호"
"정치인 발언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상황 도래" 우려
지난 7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공개 인사청문회에서 보인 이병기 후보자의 태도에 대한 안보전문가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정보수집 능력강화’, ‘국정원 직원 사기진작 방안’ 등 국정원의 발전적 방안을 내놓기 보다는 ‘정치개입 근절’을 첫 개혁과제로 내세우며 야당의 공세를 피하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법대선자금 전달에 연루됐던 ‘전과’에 대해서도 연신 사과의 입장을 표하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이에 안보전문가들은 정치권에 휘둘리고 있는 국정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보기관의 수장이 정치개입 여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태우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는 9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근 박근혜정부의 인사문제에 대한 야권 공세가 심해지면서 후보자가 불가피하게 방어적인 자세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안보위험을 항상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보기관이 정치권에 휘둘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스라엘 같이 안보위험을 안고 있는 나라에서는 정치권에서 정보기관의 과실을 감싸주는 등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보호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꼬투리를 잡아 정치권에서 무한투쟁을 일삼고 있다. 지금은 국정원의 위기”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안보전문가는 “(국정원장 후보자로서) 정치 개입 여부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국정원이 이미 정치권에 휘둘리고 있다”면서 “정보기관은 개입을 해도 안했다고 하고, 하고도 안했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도 “국정원이 정치 개입을 해서는 안 되지만 반 안보적인 요소가 정치권에 개입돼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관여를 안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정치인이건 청와대건 반 안보적인 발언, 안보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 소장은 “정치인의 발언을 신주단지 모시듯이 건드리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보기관에 연신 투명성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행태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청문회에서 한껏 자세를 낮춘 이 후보자에 대한 동정론도 나온다. 최근 안대희·문창극 등 국무총리 인선이 거듭 실패하면서 정부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최대한 야당의 비위를 맞춰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국정원의 경우 ‘대선개입’, ‘간첩사건 증거조작’ 등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어 하루빨리 공석인 국정원장직을 메우고 조직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김태우 교수는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방어적으로 나간 경향이 있지만 일단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자는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정치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해가는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도 “현재 안보를 생각하는 정치권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이병기 후보자의 경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 후보자는 안보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인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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