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 10실점' 삼바축구 탈선한 브라질표 굴욕열차
네덜란드에 3골 내주며 완패..독일전 1-7 대패 후 또 굴욕
원맨팀 부작용만 드러내..브라질 축구 매력 온데간데 없어
브라질이 자국서 열린 월드컵에서 또 굴욕을 당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브라질은 13일(한국시각) 오전 5시 브라질 브라질리아 에스타디오 데 브라질리아에서 펼쳐진 ‘2014 브라질월드컵’ 네덜란드와의 3-4위전에서 전반 2골, 후반 1골을 내주며 0-3 대패했다.
독일과의 4강 포함 2경기에서 10골을 얻어맞았다. 1938 프랑스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할 당시의 11실점(14골)을 넘어 13번이나 골문이 뚫렸다. 브라질이 두 자릿수 실점을 허용한 두 대회는 모두 프랑스에서 열렸던 1938, 1998 월드컵으로 각각 11실점(3위)과 10실점(준우승)했다.
브라질은 3-4위전에서도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미드필드 라인과 공격진에서부터 패스가 원활하지 않다보니 수비수들도 무리하게 공격에 가담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 공격인 날카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네덜란드는 공세의 수위를 더 높였다. 결국, 경기 시작 3분 만에 페널티 킥으로 실점을 허용한 브라질은 16분경 데일리 블린트에게 추가골을 헌납하며 일찌감치 무너졌다.
이처럼 남미 축구 최강자인 브라질이 여지없이 무너진 것은 생각만큼 전력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펠레 후계자'로 평가받았던 네이마르가 있어 내심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고 우승을 노렸지만 브라질에는 네이마르 뿐이었다. 그야말로 원맨팀의 전형이었다. 물론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크로아티아와의 개막전 3-1 승리를 시작으로 멕시코와 0-0 무승부, 카메룬에 4-1 승리를 거두며 조 1위로 16강에 안착했다.
그러나 네이마르가 묶이기 시작한 토너먼트 무대에 들어서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칠레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치른 끝에 간신히 8강에 올랐고, 8강에서도 콜롬비아에 2-1 신승했다. 칠레와 콜롬비아 모두 ‘다크호스’로서 위협적인 전력을 선보였지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개최국 브라질에 걸었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다.
가장 큰 문제는 네이마르가 콜롬비아전에서 수비수 수니가의 거친 파울에 부상을 입고 이탈한 후 급속도로 몰락의 길을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원맨' 네이마르가 빠진 브라질은 더 이상 무서운 팀이 아니었다. 월드컵에서 홀로 4골을 터뜨린 네이마르를 제외한 브라질의 공격진은 역대 대표팀 중 최약체였다. 헐크-프레드-조-오스카 등으로 이어지는 브라질의 공격자원들은 월드컵 내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자국 팬들로부터도 야유를 들었다.
그나마 탄탄하다는 평가를 들었던 수비도 4강부터 균열을 드러냈다. 수비수들이 공격에 가담하다가 상대 공격수들에게 후방 공간을 내주는 사이 이를 메워야 할 중앙 미드필더들은 제 몫을 못하고 골의 길을 열어줬다. 독일과의 4강에서 티아고 실바가 빠졌다는 것을 감안해도 조직력 자체가 무너진 것은 설명할 방법이 없다.
브라질 언론들은 네이마르 공백을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하지 않은 스콜라리 감독을 지적하고 나섰다. 스콜라리 감독은 2013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에 도취, 새로운 선수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스콜라리 감독은 이번 대회 최종엔트리에서 루카스 모우라, 호나우지뉴, 카카 등 유사시 네이마르의 대체자가 될 수 있는 베테랑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스콜라리가 밀었던 최전방 공격수 프레드로는 브라질 공격의 마침표를 찍기 무리였다. 네이마르가 없는 브라질의 공격은 상대를 위협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호나우두와 히바우두, 호나우지뉴 등 '3R'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공격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이번 월드컵의 부진만으로 브라질 축구의 몰락을 논하기엔 섣부르다. 전성기를 향해 올라가는 선수들이 많은 데다 새롭게 치고 올라올 만한 유망주들도 풍성하다. 하지만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의 연이은 참패로 구겨진 자존심을 펴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홍과 처절한 반성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축구황제’ 펠레가 빠지고도 1962 칠레월드컵 트로피를 품에 안은 브라질 축구의 진정한 저력이 어떤 것인지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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