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욕’ 독일과 메시 ‘겉멋든’ 한국축구
어설픈 기술축구-스페인식 패스게임 ‘한계 드러나’
승리욕 실종된 한국 맥 빠진 축구 ‘투지부터 되살려야’
'총성 없는 전쟁' 월드컵에서 승부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가 들끓는 승부욕이다.
한국축구는 언제부턴가 골에 대한 갈망, 더 나아가 승부욕이 실종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FC서울에서 활약했던 데얀도 “한국 선수들은 1골을 넣으면 대개 만족한다(밥값 했다)”며 “좀 더 열정적으로 뛰어 3골 이상 다득점 욕심을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데얀의 충고대로 최근 한국대표팀 경기에서 3골 이상 나온 경우는 드물다. 과거 한국은 한 번 분위기를 가져오면 정신없이 몰아치며 3골 이상을 꽂아 넣었다. 팬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04년 독일전(3-1 승)과 1994년 네팔전(11-0 승)이다. 네팔전에서 황선홍은 무려 8골을 혼자 기록했다.
지금 대표팀 분위기로는 상상하기 힘든 기록이다. 최근 들어 한국은 동남아 팀들을 상대로도 3골 이상 넣은 적이 거의 없다. 외신은 이런 한국대표팀을 “얌전한 축구(겉멋 축구)만 한다”고 꼬집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챔피언인 독일은 4강전에서 브라질에 7-1로 승리했다. 관중석에서 6세 유아가 충격을 받아 우는 와중에도 독일 선수들은 골에 대한 욕심을 꺾지 않았다.
‘준우승팀’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마스체라노는 네덜란드와의 4강전서 뇌진탕 판정을 받았지만, 찬물로 뇌를 깨운 뒤 다시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 그의 투혼은 시너지를 일으켜 아르헨티나 결승진출 원동력이 됐다.
‘빛바랜 골든볼’ 리오넬 메시의 승부욕도 돋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14일 독일 아르헨티나 결승전 직후 기자단 투표를 통해 리오넬 메시에게 골든볼을 안겼다. 그러나 메시는 골든볼 영광에도 슬픔에 잠겼다.
메시는 기자회견에서 “28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원했다. (경제위기로 시름에 잠긴) 아르헨티나 국민께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는 우승하지 못했다. 골든볼 수상은 지금 이 순간, 아무런 의미도 없고 전혀 기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제는 겉멋 든 기술 위주 축구나, 일본과 같이 몸싸움을 회피하는 축구, 스페인의 패스게임 시대는 지났다. 승리에 대한 절실함이 빚어내는 터프한 축구가 대세다. 웨인 루니도 “잉글랜드가 월드컵만 나가면 바보가 되는 이유는 얌전한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우루과이 수아레스의 핵이빨 사건도 승부욕이 만든 돌발사건이다. 물론 수아레스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의 투지 덕분에 8강에 오를 수 있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많다.
'원조 핵이빨' 마이크 타이슨도 이런 수아레스를 가리켜 “열정의 이면, 뜨거운 피를 가졌다. 승부욕 강한 운동선수라면 내 말이 이해가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한국 축구는 해외파 위주로 짜인 탓에 선수들 사이에서 알게 모르게 우월감만 앞세울 뿐 한국축구 특유의 투지나 승리욕은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표팀이 거센 비판에 시달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강한 정신력과 투지를 되찾지 못한다면 2002 한일월드컵에서의 영광을 재현할 수 없다는 점을 한국 축구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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