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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에 섞여 제 이속 챙기는 검은 속내


입력 2014.07.19 09:55 수정 2014.07.19 11:25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보상금 때문에 단식농성" 유언비어에

서명 받아준다며 접근해 자기 주장만 하는 단체들

16일 오후 국회 앞에서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과 국회와 광화문에서 농성 중인 부모님들을 위로하기 위해 1박2일 도보행진에 나선 세월호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꽂아둔 노란 손깃발이 국회 담장에 걸려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우리가 보상금 때문에 이런다고요? 우리가 부러우면 당신 자녀 진도 앞바다에 집어넣고 보상금 백억, 천억 다 받으십쇼. 대신 내 새끼는 살려 와요!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합니까 어떻게…”

일요일이던 지난 13일.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어머니 임모 씨는 결국 말을 끝맺지 못한 채 털썩 주저앉았다. 뙤약볕으로 달궈진 국회 본청 바닥에 자리를 잡은 유가족들도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훔쳐야 했다.

최근 SNS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유가족이 과도한 보상을 받는다’는 내용의 글이 퍼지면서 유가족의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고 있다.

실제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은 거액의 보상금”이라며 “이 법이 통과되면 유가족은 평생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큼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유가족들이 이를 위해 농성을 하고 있고 국회가 받아주지 않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재됐다.

여기에 네티즌들이 유가족에 대한 욕설과 비방 댓글을 달거나 리트윗 등으로 공감을 표하면서 비슷한 종류의 글이 일파만파 퍼져나간 상황이다.

하지만 실제 법안을 살펴보면 이 같은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세월호 유가족 측이 제시한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 방식과 △수사권 부여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앞서 가족대책위는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다. 조사위에 독립된 검사 지위를 부여해야만 강력한 진상조사가 가능하다”라며 기소권과 수사권을 모두 부여해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절대불가를 선언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강력한 수사권 보장과 기소권 수용을 주장하며 맞섰다.

구성 방식을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대책위는 여야와 피해자 가족이 각 8명씩 추천하는 안을 내놓은 반면, 새누리당은 여야 추천을 배제하고 3부 요인(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 및 유가족 추천으로 구성하자는 안을, 새정치연합은 여야와 유가족이 각각 5명씩 추천하는 안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회동에서 세월호 특별법을 16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두 가지 부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SNS에서 논란이 된 보상 부분의 경우, 유가족 측이 제시한 법안 제4장 37조에 따라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보·배상급 지급 △생활지원 및 의료지원 △정신건강 치료를 위한 트라우마센터의 설치 및 운영 △교육지원·심리상담·돌봄 등의 서비스 지원 △단원고등학교 교육정상화를 위한 지원을 규정한 정도다.

또한 38조에서는 피해자의 부모가 실제양육자가 아닐 경우, 종합적 사항을 고려해 ‘민법에 의한 재산상속분’에 따라 보상 등을 지급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단식농성으로 실신까지 불사하며 특별법 통과를 누구보다 원하는 가족들이다. 만약 일부 네티즌의 주장대로 유가족이 거액의 보상금을 목적으로 했다면, 왜 지금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라며 법안 통과를 어렵게 만들겠나.

게다가 보·배상 부분에 훨씬 구체적인 세부조항을 넣었어야 하고, 그렇다면 여야 역시 이 부분에서 결정적인 파열음을 냈어야 맞다. ‘유가족들이 거액의 보상금을 원한다’는 글이 유언비어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SNS의 악의적인 글도 문제지만, 세월호 유가족에 슬그머니 섞여 소위 ‘숟가락 얹기’식으로 제 목소리를 내거나,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일부 시민단체가 유가족들의 진정성에 흙탕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국회에서는 경찰 병력이 대거 동원돼 국회 본청 입구를 막아서면서 유가족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경찰 측 담당자는 유가족 앞에 나서 “국회 출입을 막은 것은 유가족 때문이 아니라 시민단체 때문”이라며 경위를 설명했다.

이 때 유가족 측에 섞여있던 한 젊은 남성이 경찰 담당자를 향해 “진짜 못생겼다”며 비하 발언을 퍼부었다. 그러자 유가족들은 “그런 말 하지 말라. 당신 뭐하는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말하느냐.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언성을 높였고, 남성은 “죄송합니다”라며 쫓기듯 사라졌다.

또한 가족대책위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350만 명의 서명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전달한 지난 15일에는 ‘의료민영화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쓰인 옷을 입은 여성들이 가족들의 행렬에 합류했고, 이 같은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세월호 특별법과 함께 이익단체들의 주장도 관철되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 명의 서명이 아쉬운 유가족들로서는 “서명하겠다”, “도와주겠다”며 다가오는 단체들의 손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이마저도 단식을 시작한 유가족들에게 단체 하나하나를 선별해 돌발 행동을 제지할 만한 정신적·체력적 여유를 기대하는 것조차 잔인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희생된 단원고 학생의 한 아버지는 “어떤 단체든 서명을 해주는 것은 다 진실된 마음이고 너무나 감사하게 받아들이지만, 여기서 이권을 위해 자기들 주장을 하는 건 맞지 않다”며 “우리는 다른 거 바라지 않는다. 제발 진실규명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다”라고 절규했다.

아울러 또다른 유가족들 역시 “기자들도 보도 똑바로 하라. 우리가 뭣 때문에 바닥에서 자고 단식하는지 모르느냐”라며 “자식을 잃었는데 보상금 어쩌구 하는 소리까지 들어야겠느냐”고 경고했다.

제헌절 기념행사가 열린 17일, 의전을 받으며 국회로 입장하는 참석자들을 향해 유가족들은 “죽어가는 국민을 외면한 국가가 무슨 제헌절 행사냐”라며 “너무나도 잔인한 대한민국”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보상금’에 저울질하는 네티즌들도 잔인하지만, 유가족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며 그들의 어깨위로 사익의 짐을 지우는 단체들이야말로 침몰해버린 양심을 건져내야 한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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