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제에 등장한 '18대 대선 무효' 피켓 '눈살'
<현장>시민들 "이런 행동 세월호 본질 흐려"
세월호 추모 행사 3000명 이상의 인파 몰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이해 열리는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시낭송 그리고 음악회’의 한 켠에 “18대 대선 선거는 무효”라는 정치적 구호가 등장에 이를 본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제18대대선선거무효소송인단’이라고 명명한 이들은 24일 서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시낭송 그리고 음악회’가 열리는 무대 옆에 자리를 잡아 대선 당시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하는 입간판 11개를 세워놓고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이 지나칠 때마다 “18대 대선은 조작됐다”고 설명을 했다.
소송인단은 18대 대선 당시 △미분류표가 너무 많았다는 점 △수개표를 하지 않았다는 점 △전자개표기의 프로그램 조작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에서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와 더불어 “부정선거내란사범 박근혜 퇴진! 이명박 구속!”이라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이를 본 노모 씨는 “그때 당시 부정선거 지금 얘기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나와서 행동하는 것은 세월호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본다”면서 “오늘 공연 취지와 맞지 않는다. 어떻든 현재 대통령은 된 거니까 세월호를 잘 처리해 나가는지 국민으로서 지켜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 씨는 “부정선거와 오늘 공연은 다른 문제”라면서 “오늘 이 장소는 애들(세월호 희생자) 때문에 국민들이 슬퍼서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모씨도 “세월호 공연하고 관련이 없는 것이 들어와있다”라면서 “아마 사람들이 많이 올것으로 예상하고 사람들에게 자기들의 주장 홍보하고 지원해달라는 의미로 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세월호 참사 100일째 되는 24일 오후, 1박 2일에 걸쳐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출발한 세월호가족대책위와 시민들은 국회에 도착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
이날 유경근 세월호가족대책위 대변인은 국회에서 서울광장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아직까지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우리들은 끝까지 버텨야 한다”면서 “특별법 제정을 싫어하는 사람들보다 1분만 더 버티자. 함께 모여 흘리는 눈물이 강물을 이뤄 산을 움직일 수 있다”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민족의화해와평화를위한종교인모임’의 7인도 나란히 나와 여야가 정쟁을 끝내고 하루속히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종교인모임 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현재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진상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여야는 정쟁만 일삼고 있다”면서 “특별법은 한국을 안전사회로 만들자는 것으로 정쟁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제 남은 유가족들의 소망은 특별법 제정 뿐”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성명낭독이 끝난 후 세월호 유가족들은 희생된 자식들의 학급에 따라 파란색, 하얀색, 검은색, 연두색 등의 색깔로 각각 맞춰 입고 서울광장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350여명(자체추산)의 대열의 선두는 “응답 없는 국회를 넘어 이제 대통령이 책임지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유가족들의 뒤에는 일단의 천주교 수녀와 신부들이 따랐고 통합진보당, 정의당,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회’, ‘환경정의’ 등의 정당과 시민단체가 뒤를 이었다. 행진 곳곳에서 즉흥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350명으로 시작한 유가족들의 행진은 각 시민들과 가족, 시민단체들이 행진도중 합류하면서 더 많은 숫자로 불어났다. 서울시 광장에 세월호 추모 음악회에 참석하기 위해 몰린 인파도 3000여명(경찰추산)을 넘어섰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8시 30분을 넘겨 서울시청 광장에 도착해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시낭송 그리고 음악회’에 참석했다.
이날 추모 음악회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샌드아트, 시낭송, 캘리크래피 퍼포먼스, 김오키밴드의 '새야새야 파랑새야' 공연, 추모영상 등의 공연으로 진행됐다. 특히 김장훈, 이승환, 자전거탄풍경 등 유명가수들도 추모공연을 통해 지친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달랬다.
추모 음악회 관계자는 "이번 행사를 진행하는 비용은 자발적인 후원금과 행사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후원금으로 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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