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이후 탈북자들 도강비용 치솟는 이유가...
<긴급진단-탈북자 급감하는 이유①>2년만에 600만원
중국과 접경지역 경비 삼엄, 밀수꾼 잡고 마을 폐쇄까지
탈북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탈북자수는 2914명으로 역대최고점을 찍었다. 2011년 탈북자수도 2706명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2년에 들어와 탈북자 숫자는 1500명대로 역대 최고치의 절반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렇게 떨어진 탈북자 숫자는 최근까지 1500명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탈북자가 급감한 것은 김정일의 사망, 김정은 정권의 출범 시기와 그 맥을 같이한다. 지도자 교체로 인한 북한의 정치·사회·경제 등 다방면의 변화상이 북한주민들의 탈출을 억제하고 있다. '데일리안'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탈북자 숫자가 급감한 원인을 진단하고 이를 통한 북한사회의 변화상을 짚어봤다.<편집자주>
북한 김정은 체제 이후 중국 접경지역에 탈북자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고 도강비용이 급증함에 따라 남한에 넘어오는 탈북자 수가 감소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통일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입국 탈북자는 지난 2001년 1044명으로 연 1000명의 벽을 넘긴 이래 해마다 증가해 2009년에는 2914명까지 늘어났다.
이러던 것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을 시작한 2011년 2706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가 2012년과 2013년(9월 입국자 기준)에 각각 1502명, 1041명으로 절반 이상 급감하는 등 뚜렷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북전문가들 상당수는 북한 당국이 탈북자의 이탈을 막기 위해 국경지역의 일부 마을을 아예 폐쇄해버리거나 이전보다 비싸진 탈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탈북자들이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북한당국이 과거에는 국경경비대에 일반 병사들을 보냈는데 김정은 체제 이후 장교들을 포진시켜 감시를 강화시켰다”며 “김정일 때는 국경지대 도강비용이 한국 돈 100만 원 정도였는데 김정은 체제 들어 400~600만원까지 껑충 뛰고, 탈북을 방조하는 국경경비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일반 주민들이 탈북하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탈북자에 대한 국경 경비대의 책임, 처벌이 엄중해지면서 이들은 푼돈 받고 도강을 허용하는 시기는 지났다"면서 "이들은 더이상 푼돈으로 도강을 허용하지 않으며 800만원 이라는 거금 정도를 받아야 도강을 허용한다. 과거에 비해 8배 이상 도강비가 뛰었다"고 말했다.
회령 출신의 한 탈북자는 “5년 전부터 회령, 무산 등 국경지역마다 폐쇄시키는 마을이 늘어나는 등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감시가 더욱 심해져 탈북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몇 년 째 탈북자 구출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중개인도 지난달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지난해 장성택 처형 이후 한동안 도강작업을 못했는데, 지금은 탈북자들을 가끔씩 넘기고 있다”면서 “국경 근처에 있는 사람을 넘길 경우 미화 8000달러, 강원도나 황해도 사람은 1만 5000달러는 줘야 가능하다. 이 정도 비용에도 북한 내 협력자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라고 말하는 등 북한에서의 탈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심지어 북한 당국은 앞서 올해 1월 8일 무산, 혜산 등 북부국경지대에 주로 포진돼 있는 밀수꾼들을 모조리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탈북자 단속에 혈안이었던 북한 당국이 중국으로부터 주민들을 고립시키기 위해 밀수꾼들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군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올 초 본보를 통해 “북한 당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가 지난 1월 8일 '4대 범죄'를 처단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면서 “그 핵심 내용 중 하나가 탈북자와 밀수꾼의 일을 돕는 행위를 철저히 봉쇄하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중앙군사위가 결정한 4대 범죄는 △당과 국가, 군사 비밀을 누설한 자를 엄벌에 처하라 △탈북자에 의한 재탈북과 국가기밀 누설을 방지하라 △보위부·보안부·국경경비대가 탈북자 및 밀수업을 묵과하는 행위를 철저히 봉쇄하라 △탈북자 가족들이 탈북자들로부터 돈을 전달받는 행위를 철저히 봉쇄하라 등이다.
소식통은 “이미 당중앙위의 지시문이 인민보안부와 보위부 등 관련기관에 하달됐으며 밀수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나진, 무산, 회령, 혜산 등 북부국경지대에 검열단이 파견돼 수색 중이다”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파견된 검열단은 현지에서 각계각층 사람들을 통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밀수를 했는지’ 철저히 조사한 뒤 관련자를 소환해 확인한 후 처단시킨다”면서 “지시문이 전달된 지 약 3주 만에 3000명이 넘는 밀수꾼과 그 협조자들이 검거돼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끌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이 유례없이 밀수꾼 근절에 혈안이 된 것은 밀수업자는 물론 이들이 암암리에 탈북자들을 돕는 행위까지 해왔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소식통은 판단했다.
그동안 밀수꾼들은 중국 등 외부에 나가있는 탈북자들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일종의 가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이들을 처단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이 전해지거나 북한 소식이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다. 즉, 이번 조치도 일종의 김정은 식 봉쇄정책 중 하나로 풀이된다.
아울러 소식통은 “아버지 김정일이 일반 북한 주민들이 탈북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시 삼지 않았던 것에 비해 김정은은 ‘탈북’자체를 일종의 당국의 수치로 여긴다”면서 “이 때문에 김정은 체제 이후 이처럼 국경지대 관리·감시 수위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탈북자 감소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당국이 국경경비를 강화하면서 물리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탈북 이동 통로가 어려워지면서 탈북자 수가 급감하는 것 같다”며 “더욱이 현재는 북한 내에서 반체제활동을 하다 적발되는 것보다 탈북하다 붙잡힐 경우 더 심한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에 탈북동기가 다소 약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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