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코레일 매뉴얼...사망자수가 사장 보고 기준?
<단독>'새벽 0~5시 발생한 열차사고 SMS 보내지 말라'
사고 규모 따라 상황전파 기준 달라…초기대응 차질 우려
"열차 운행과 관련해 3인 이상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자연재해 및 기타사고로 사회적 물의가 예상되는 경우…심야시간대(00:00~05:00)에는 사장·부사장에게는 SMS 전송을 하지 않고 비서를 통해 보고."
최근 잇단 열차사고로 '사고철'이란 오명까지 얻은 코레일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3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더라도, 사고가 한밤중에 발생하면 사장과 부사장에게는 직접 보고하지 않고, 비서에게만 알리도록 내부 규정에 명시돼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이는 애초부터 코레일의 '안전대응시스템 매뉴얼'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있는 것으로, 열차사고 안전대응에 대한 총체적 부실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데일리안이 단독 입수한 코레일의 '고속철도 대형사고 위기대응 실무 매뉴얼'을 보면 새벽 0~5시 심야시간대에 발생한 열차 사고는 사장이나 부사장에게 문자전송서비스(SMS)를 통해 즉각적인 상황전파를 하지 않고 비서에게 보고하라고 명시돼 있다.
이같은 지침은 △열차 사고로 3인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 △열차가 120분이상 지연 예상 △자연재해 및 기타사고로 사회적 물의가 예상되는 경우 등 중형사고에도 해당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열차 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속한 상황전파와 초기대응이 관건임에도 불구하고 각 본부 및 실국을 지휘해야할 총책임자가 한밤중이라는 이유로 보고를 하지말라는 것과 다름 없는 셈이다.
특히 전방위적인 사고 대응 및 지원을 위해 가동되는 '중앙사고수습지원본부' 설치권이나 필요시 범정부차원의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요청권이 사장에게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의 안이한 대응이 자칫 2차사고를 유발하거나 '골든 타임'을 놓쳐 인적·물적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반면, 5인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열차 운행이 24시간 이상 중단되는 대형사고는 시각에 상관없이 사장과 부사장에게 즉각 SMS 급보를 하는 것으로 확인돼 급보 체계 기준을 인명피해 규모로 삼는 어이 없는 행태까지 드러났다.
이에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비서에게 보고하는 것이나, 사장에게 보고하는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코레일 내부적으로 위기대응보고 체계가 얼마나 안이하게 운영돼 왔는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같은 지침은 올해 3월 개정한 매뉴얼에 수록돼 있었으나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인조차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잇단 열차사고로 인해 코레일이 지난 7월부터 매뉴얼 재개정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으나, 본보가 취재에 돌입한 시점까지 시정되지 않은채 '그대로' 포함돼 있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위기대응 매뉴얼이 예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미처 손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현재 국토교통부와 (위기 대응 매뉴얼) 개정작업을 진행중인데 이같은 조항을 빼겠다"고 해명했다.
철도안전정보포털에 따르면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올해 6월 초까지 9개월간 철도 관련 사고(자살 및 건널목 사고 등 포함)는 132건에 13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 사장은 최근 잇단 열차사고에 대해 직원 과실로 인한 요인이 크다며 근무기강을 확립하고, 안전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난 4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관제처'를 '관제실'로 격상해 안전본부에 두는 등 위기관리 기능 일원화에 나섰다.
현재 코레일의 위기상황 보고 및 전파는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최초 사고 발생 지역 현장관계자가 철도교통관제센터에 사고 현황을 보고하면, 이를 다시 종합운영상황실이 접수받아 사고조치 및 대책 등을 종합해 10분내에 급보로 전파하게 된다.
이때 급보는 SMS 등을 통해 전해지지만 사고 규모 및 시각에 따라 전파 기준을 달리했던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위기대응 매뉴얼'을 다시 손질해 왔지만 본보가 취재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 같은 지침이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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