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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감싸 안기 싫다면 '활용가치'라도 평가하자


입력 2014.08.27 13:59 수정 2014.08.28 10:29        박영국 기자

<기자의눈>글로벌 YBM 백만 양병론, 중국 동북 3성 진출 통한 북한 개방 양동작전 등 활용가치 높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제45회 대우특별포럼-김우중과의 대화’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대우그룹 해체의 원인은 ‘경영실패’가 아니라 김대중 정권에 의해 의도된 ‘기획 해체’다.”
“정부가 대우자동차를 GM에 헐값에 넘기면서 한국은 30조원을 날렸고, GM은 횡재를 했다.”
“김우중은 금융자본의 논리에 의해 망하게 된 한국의 대표적 산업자본가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그룹 해체 15년 만에 ‘제대로’ 입을 열었다. 지난 26일 출간된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 - 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서다.

대화록을 들춰 보면 김 전 회장은 산업과 금융을 아우르는 모든 분야에 해박한 경제 전문가이고, 박정희에서부터 김대중에 이르기까지 무려 5명의 역대 대통령이 국가 경제와 심지어는 대북 문제까지 자문과 도움을 청한 ‘슈퍼맨’으로 묘사돼 있다.

자신의 이익은 배제하고 철저히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이바지한 김 전 회장이 김대중 정부 당시 경제 관료들의 오판과 시기심으로 IMF 정국의 희생양이 됐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물론, 100%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한 부분이 없지 않다. 저자인 신장섭 싱가폴국립대학 교수가 한국현대경제사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라고는 하지만, 그 신분이 저자의 객관성을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고, 책의 내용이 전적으로 김 전 회장의 구술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록 출간에 대한 여론 반응도 제각각이다. ‘한국 경제 고성장시대의 주역이자 세계경영의 개척자인 김 전 회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권력과 결탁해서 천문학적인 부도로 국민경제를 흔들어 놓은 경제사범’이라는 낙인을 지워주지 않으려는 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설령 447페이지에 달하는 대화록이 전부 김 전 회장에 대한 칭송과 그를 옹호하는 객관성이 결여된 일방적인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 하더라도 그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볼 가치는 있다. 우리는 과거 15년의 세월 동안 그 반대쪽의 얘기(역시 객관성이 결여됐을 여지가 다분한)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에게 지워진 23조원에 달하는 추징금에 대해서도, 과다 계상이니 징벌적 부과니 하는 저자의 주장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한쪽에만 치중됐던 김 전 회장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면 추징금 부과가 정당했는지에 대한 판단 역시 재고될 필요는 있다.

그에 대한 재평가 여부는 접어두고라도 ‘김우중’이라는 기업인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 게 대한민국을 위해 유리한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한때 국내 2위 기업집단을 키워냈고, BRICs(브릭스)라는 용어가 탄생하기도 전인 1990년대부터 신흥시장에 선투자를 진행하며 ‘세계경영’에 나섰던 역량과 안목을 가진 기업인을 계속해서 IMF시절을 회고하며 씹어대는 안줏감으로 삼는 게 좋을지, 그의 역량과 안목을 국가 발전에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는 게 유리할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고속성장 시대를 이끈 5대기업 1세대 창업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김우중 전 회장은 국익 차원에서 냉정히 바라보면 ‘활용가치가 높은 인적 자산’이다.

정서상 그에게 중책을 맡기긴 힘들겠지만, 최소한 자발적으로 백의종군하며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까지 꺾을 필요는 없다.

그는 이미 해외에 체류하면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s)이 그것이다.

글로벌 YBM이란, 한국 청년들을 ‘세계경영’에 투입됐던 옛 대우그룹 직원들과 같이 국제 비즈니스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재로 조련하는 사업이다.

‘김우중’이라는 인물에 대한 색안경을 벗어버린다면 과거 그가 내놓았던 ‘세계경영’ 전략이나, 중국 동북 3성 진출을 통한 ‘북한 개방 양동작전’ 등의 아이디어는 지금도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

국가를 위한 의미 있는 일을 수행하며 인생의 마지막 장을 보내려는 김 전 회장이 그 대가로 바라는 것은 ‘대우의 옛 영광 재현’과 같은 거창한 게 아니다. 오직 ‘명예 회복’. 이 조건만 충족된다면 대한민국은 ‘김우중’이라는 거물 기업인을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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