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응원단 오기도전에 남한내 분열 '성공'?
통일부-국방부-새누리당-인천시 제각각 '딴소리'
보름 앞으로 다가온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응원단 파견 문제를 두고 정부부처와 집권여당,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연이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자유총연맹이 주최한 포럼의 축사를 통해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남북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참가를 환영한다는 입장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류 장관이 환영을 뜻을 직접 밝힌 것은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응원단 파견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일 대회 개막을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정부 안팎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앞서 이날 오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많은 엘리트 체육인과 응원단이 와서 서로 교류하고 이해할 수 있는 몇년만에 한번 오는 긴장완화의 좋은 기회”라며 “이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정부당국이 참 무능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금이라도 관련된 남북회담을 통해서 응원단이 오도록 해야 한다”며 “원유철 의원이 제안한 남북합동응원단 구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자 이번에는 국방부가 북한의 응원단 파견을 두고 “대남선전의 선봉대”라고 평가하며 시각차를 보였다.
국방부는 지난 1일 국방일보에 게재한 ‘북한 응원단 파견 논란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서 “북한 응원단의 실체는 철저한 출신성분 심사와 사상검증을 통해 선발되는 소수정예의 혁명전사로 외모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남북화해 협력의 사절이 아닌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전의 선봉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적 행사에 응원단 파견이라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대북 경계심과 안보의식을 저하시키고, 국론분열을 획책하기 위한 화전양면전술이자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라면서 “북한 응원단이 보여줬던 아름다운 겉모습과 파견 논란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 갈등이 조성된다면, 이는 북한의 계략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각 부처마다 임무가 전혀 다르며 그 기능에 맞게끔 임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며 “일반적인 잣대를 갖고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서로 임무가 다르다는 것만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국방부가 북한 응원단 참가에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것과는 다르다. 정부 전체의 판단에서는 정부 기관으로서 따라야 하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유정복 “체류비용 문제 등 입장차이가 있다” 김무성 “국제관례 거론하면 안돼”
새누리당 소속 유정복 인천시장과 김무성 대표도 북한 응원단 문제를 두고 의견차를 보였다.
유 시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불참 통보 사유에 대해 자세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여러 가지 남북한의 기본적인 입장차이가 있다”며 “체류비용의 문제만으로 보기 어렵고, 여러 가지 기본적인 입장차이도 다소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공동응원단 구성’에 대해서는 “시기적으로나 인천이 개최지라고 하는 특성 등을 감안할 때 공동응원단 개최가 그렇게 용이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좀 통을 크게 해서 선수단과 응원단을 다 오라고 하는 게 우리 국민에게도 산교육이 아닌가”라면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일인데 우리 정부가 째째하게 국제관례를 이야기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 시장이 남북공동응원단 구성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어려운 게 어딨는가. 하면 되는 것”이라며 “선수단이 만경봉호를 가져와서 거기서 먹고 자겠다는데 뭐가 어려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북한에 대해서는 돈이나 국제관례를 이유로 들 일이 아니다”면서 “인천 아시안게임이 엄청난 부채 속에서 열리는데 성공해야할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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