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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우러 가는 군대' 이러니 북 협박에 절절 매지


입력 2014.09.28 10:12 수정 2014.09.28 10:15        데스크 (desk@dailian.co.kr)

<굿소사이어티 칼럼>'국가는 전쟁하는 조직' 안보의식 안바뀌면 조선 전철 밟을것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대대 군인들의 자동보총 사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한민국(북한 제외)은 세계 107위의 넓이를 가진 나라다. 세계의 나라 숫자가 226개국이 넘으니 우리나라는 땅의 면적도 중간보다 큰 나라다. 인구는 세계 25위, 경제력은 세계 15위(GDP 기준), 세계 9위의 군사력(군사비 기준)을 보유한 작지 않은 나라다. 세계1위의 대학 진학률, 세계 1위의 휴대전화 생산국, 세계1위의 조선(造船)산업 국가 등 한국은 세계적인 산업국가, 무역국가다.

대한민국은 종합국력 12위 정도의 괜찮은 나라다. 그런 대한민국을 두고 이 글에서 나는 “국가다운 나라”로 제대로 만들자고 제안하는 것은 웬일인가? 조선의 현인 유성룡(柳成龍)이 당시 조선을 “나라도 아니다” 며 개탄했듯이 오늘 우리 대한민국이 과연 세계 12위의 국력 보유국이라는 품격에 맞는 나라인가 의심 되는 점이 너무 많기에 하는 말이다.

조선 멸망은 일본 침략 이전에 나라 구실을 못한 우리 탓

사회지도층의 병역의무 완수 비율이 보통사람들보다 오히려 낮은 나라. 신참 병사들로부터 왕따 당한 병장이 후배 병사들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고가 터지는 나라. 고참 병사들의 매를 맞고 일병이 죽는 나라. 장교가 병사들을 지휘 할 수 없게 된 나라. 선생님이 학생을 나무랄 수 없는 나라. 임신한 여선생을 발로 차는 학생도 있는 나라. 운전 하며 담배 필 때 꽁초를 차속의 재떨이에 버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나라.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닌가?

빨간 신호 등에 서 있는 앞 차 보고 가라고 경적 울리는 뒤차가 많은 나라도 우리 모습이다. 인간이 화물보다 값싸게 취급되는 나라.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이 제일 먼저 탈출하는 나라. 원초적인 기본질서 조차 무시하며 사는 나라. 우리는 그런 사회이기도 하다. 누가 누구를 탓할 것이며 이런 나라가 국가의 최고 임무인 전쟁을 치를 수 있을까? 결정적 순간에 전쟁을 결단할 수 없는 나라를 정상적인 나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들은 일본이 악독한 나라라서 우리나라를 못살게 굴고 지배했다며 아직도 그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지만 20세기 초 중국의 지식인 양계초는 “일본이 남의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것만이 문제이겠는가? 조선이 망하는 길을 취하지 않았다면 비록 100개의 일본이라고 하더라도 어찌 감히 침략을 하겠는가? 조선사람들은 망하는 것을 스스로 즐겼으니 무엇을 가엾이 여기겠는가?”라고 말함으로써 책임의 절반은 나라 구실을 제대로 못한 조선에 돌리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분쟁과 전쟁이 빈발하며, 힘이 약한 나라는 언제라도 힘이 강한 이웃으로부터 구박을 받거나 얻어터지기 마련이다. 자비심이 아니라 국가 이익이 국제관계를 규정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국가이익 중에서 최고의 이익은 생존 즉 국가 안보를 확보하는 것이며 그래서 국가들은 저마다 무장력을 갖춰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싸우러 가는 군대, 때우러 가는 군대

군사력은 국가의 정신과 기풍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싸우려는 의지와 정신이 충만한 국가는 군대도 용맹하다. 그러나 군대를 “때우러” 가는 곳이라 생각하고, 정치가와 국민들이 “어느 경우라도 전쟁은 결코 있을 수 없다” 고 생각하며 섣부른 평화주의 무드에 빠져있는 나라의 군대는 애초에 강군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몇 가지 오해로 인해 나라 같지 않은 나라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선 우리나라가 나라 같지 않은 나라처럼 되었다고 의심할 수 있는 첫 번째 근거는 남북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사실이다. 국제정치는 힘의 정치 (Power Politics) 일진대 그렇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북한을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 강한 나라’이어야 한다. 국력의 기초인 경제력이 북한의 30배가 넘으며 종합 국력에서 북한을 훨씬 능가하는 대한민국이 북한에게 쩔쩔매고 있다는 현실은 국제정치사의 비정상이 아닐 수 없다. 경제력이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는데도 남북한 사이의 현실적인 역학관계는 되레 역전된 채 굴러가고 있다.

영국의 전쟁이론가 마이클 하워드(Michael Howard)는 “전쟁은 악(惡)이다. 그러나 무력의 사용을 포기한자 그렇지 않은 자의 손아귀 속에 자신의 운명이 맡겨져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국제정치에서 ‘정신적 측면’ 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고 있다. 하워드의 분석이 현재의 남북한 관계를 너무나 정확히 묘사하는 것 같아 마음 우울하다.

우리나라 정치가들이나 국민들은 극구 부인 할지 모르겠지만 김정일은 살아있었을 적, “남조선 인민들은 전쟁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총 한방 쏘면 다 도망간다. 식량과 기름이 부족하지만 남조선에는 식량과 기름이 많이 있다. 이를 잘 이용하면 전쟁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다” 고 호언했었다.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고 말하는 건 큰일 날 헛소리

둘째, 우리나라 위정자들과 국민들은 평화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는 말을 한 대통령도 있었다.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면 우리는 더 이상 이완용을 매도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이 혹은 일본과 중국이 대한민국을 전쟁 없이 점령하는 상태를 ‘나쁜 평화’ 의 사례로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은 수단이고 평화는 목적이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면 안된다. 평화는 전쟁이라는 수단을 활용해서 지키는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국민들과 위정자들은 우리가 ‘선량하고 평화적인 나라가 된다면 전쟁과 침략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 고 착각하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우리 해군이 능력에 넘치는 군함을 만들고 제주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바람에 중국을 자극했고 그래서 국가안보가 오히려 나빠졌다’ 고 목청 높이는 얼빠진 국회의원도 있다. 제주해군기지 때문에 중국과 미국의 전쟁에 말려들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는 나라다.

국가는 전쟁하는 조직이란 진실 무겁게 받아들여야

사실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 방위체제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통일 후 우리의 적정 군사력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정도’라야 할 것이라며 토론하는 어이없는 장교들도 있는 나라다. 그동안 우리는 못 돼먹은 나라였고, 그래서 이웃을 자극해서 그토록 많은 침략과 전쟁을 받아왔단 말인가?

러일전쟁과 청일전쟁은 남의 전쟁인데도 우리나라가 전쟁터가 된 황당한 전쟁이었다. 착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힘이 없어서 그랬다. 통일 후 우리나라의 적정 군사력은 ‘중국을 자극 하지 않을 수준’이 아니라 ‘중국이 우리를 건들이지 못할 수준’이어야 한다.

넷째, 국가는 전쟁하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아프리카 수십 나라를 합친 것 보다 경제력이 더 크지만 삼성전자를 지키기 위해 탱크, 비행기는커녕 총 한 자루도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들은 모두 자신을 지키겠다고 탱크, 비행기를 장비하고 있다. 삼성은 ‘회사’이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들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만든 수많은 조직 중에서 유일하게 총칼을 들고 지켜야 하는 조직은 오로지 ‘국가’ 라는 조직뿐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일차적 임무는 국민을 잘 살게 해주는 일에 앞서 국민을 지켜 주어야 하는 일이다. 국가는 전쟁하는 조직이다. 전쟁을 할 수 없는 국가 혹은 전쟁을 결코 하지 않기로 결심한 국가는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가 아니다. 전쟁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세계적 권위 찰스 틸리 교수는 ‘States Made War and War Made the State’ 즉 ‘국가들은 전쟁을 하고, 전쟁은 국가를 만든다.’ 라는 유명한 명제를 도출해 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는 마치 회사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지금 10년 동안 계속 국방비가 줄어들다가, 다시 집권한 후 각각 0.8%, 2.8 %씩 국방비를 증액시킨 아베의 일본을 ‘군국주의의 부활’ 이라며 격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비난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렇다면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에 대응 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20 여 년 동안 연 평균 16%씩 국방비를 증액시킨 중국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중국의 국방비 증강현황을 20세기 초반 독일의 국방비 증강에 비유하며, 본격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미국이 며칠 전 일본군을 하와이에 데려다 상륙작전 연습을 함께 했다는 보도(2014년 7월 30일 미국 ABC-TV)가 들려온다. 동북아시아에 국제관계의 적나라한 진면목이 가감 없이 표출되는 시점이다.

글/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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