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에서..' 농구 특급 유망주, 답은 프로 조기진출
김종규, 대학리그 4년보다 프로무대 1년간 더 큰 성장
‘대어는 큰물에서’ 얼리 엔트리제도 더욱 활성화돼야
프로 2년차 김종규(23·LG)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을 통해 특급 스타로 성장했다.
김종규는 어린 나이에도 과감한 플레이로 상대팀 빅맨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마지막 이란과의 결승전 4쿼터에서 이란에 끌려가다가 뒤집기가 가능했던 것은 김종규의 공수에 걸친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김종규는 지난 1년 사이에 기량이 급격하게 성장한 선수로 꼽힌다. 대학 시절부터 이미 차세대 빅맨으로 각광받았지만 김종규가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건 국제무대와 프로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
김종규는 2013년부터 국가대표팀으로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했고 그해 프로에 데뷔해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다시 2014년에는 대표팀에 승선해 농구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경험했다.
프로와 대표팀에서 자신보다 한 단계 높은 선배들, 외국인 선수들과 함께 활약하며 대학 무대에서 4년간 배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하우를 1년 반 사이에 축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고 보면 김종규는 지난 1년간 유재학 감독으로부터 가장 많은 혹평을 들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유재학 감독은 김종규가 국내에서의 플레이에만 안주해서는 발전이 없다고 꼬집었다.
국내에서는 김종규보다 큰 선수가 거의 없지만, 국제무대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빅맨이라 해도 슛 범위를 넓혀야하고, 상황에 따라 외곽에서의 플레이도 가능해야 한다. 자신보다 크고 빠른 선수들을 상대로 몸싸움과 근성은 기본이다.
김종규의 성장은 곧 대표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김종규가 이란과의 결승전에서 아시아 최고센터로 꼽히는 하다디를 상대로 선전할 수 있었던 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가 큰 힘이 됐다.
농구월드컵에서 자신보다 월등한 세계의 빅맨들을 상대로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면역력을 키운 덕에 하다디에 주눅 들지 않고 덤벼들 수 있었다. 기회가 생기면 중거리슛도 주저하지 않았고, 골밑을 지키다가 갑작스럽게 외곽수비에 가담하며 상대의 공격권을 빼앗는 트랩 디펜스를 펼치기도 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던 움직임이다.
김종규의 성장은 또 다른 차세대 빅맨으로 꼽히는 이종현이나 국내 유망주들에게도 교훈을 남긴다. 현재 한국농구의 큰 문제 중 하나가 국내 유망주들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수준 높은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김종규나 이종현 같은 빅맨 유망주들의 경우, 국내에는 자신보다 큰 선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신체 조건에만 의지한 단순한 플레이에 길들여지기 쉽다.
고교나 대학 역시 성적지상주의에 길들여져 있다 보니 굳이 ‘당장 통하는 플레이’ 외에 다른 기술이나 기본기를 습득하는 데는 소홀해지기 쉽다. 이런 선수들이 대학 4년을 다 마치고 프로나 대표팀에 가면 자신보다 더 크고 기술이 좋은 선수들을 상대로 바닥을 드러내기 십상이다.
김종규가 성인 대표팀에 처음으로 승선한 것은 2011년이다.
당시 김종규는 오세근과 김주성에 가려진 벤치 멤버에 불과했다. 2년 뒤 2013 아시아선수권에서 대표팀에 다시 갓 승선했을 때만해도 김종규의 기본기나 기술은 크게 성장해 있지 못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프로와 대표팀에서 꾸준히 경험을 쌓으며 김종규는 전혀 다른 선수로 진화했다.
이종현도 마찬가지다. 2012년 고교생 신분으로 처음 대표팀에 승격했을 때 그의 재능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여전히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2012년과 비교해 대학생이 된 2014년의 이종현은 기술적으로는 크게 성장했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표팀이 끝나고 대학무대에 복귀해야 하는 이종현이 대표팀에서 배운 노하우와 기술을 소속팀에서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프로에서도 얼리 엔트리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재능 있는 선수들의 프로 조기진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 김종규나 이종현 같은 선수들은 대학무대에서 자기와 비슷하거나 작은 선수들을 상대로 경쟁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경쟁을 경험해야 할 선수들이다. 선수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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