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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야구요' 오승환, 돌직구 궤적 따른 질주


입력 2014.10.13 08:52 수정 2014.10.13 09:3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때와 장소 가리지 않는 흔들림 없는 투구

한신 파이널스테이지행 주도하며 승승장구

오승환은 일본 한신에서도 '버퍼링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오승환(32·한신 타이거즈)은 ‘돌직구’의 직선 궤적을 그대로 따른 야구 인생을 걷고 있다.

한국에서 던질 때와 일본에서 던질 때 큰 변화가 없다. 객관적 구위도 여전하고 타자 대응도 별 차이 없다. 게다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의 편차도 없다.

오승환은 12일(한국시각) 한신 홈 고시엔구장서 열린 ‘2014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의 2차전에서 3이닝 2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한 경기 3이닝은 일본 진출 이후 최다, 투구수 36개 역시 개인 최다다.

오승환의 이틀 연속 호투에 힘입은 한신은 센트럴리그 우승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6전4선승제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에 진출했다.

일본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규정상 퍼스트스테이지에서 페넌트레이스 2위팀이 2차전까지 1승1무를 기록하면 파이널스테이지에 진출한다. 파이널스테이지 1차전은 15일 도쿄돔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철인 22호' 오승환의 작년 기억

마치 작년 한국시리즈 두산과의 2차전에서 9회 1-1 동점 상황에서 등판, 13회 1사까지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12타자 연속 범타의 괴력투를 선보였던 당시를 연상케 했다. 비록 13회 1사 후 오재일에게 통한의 우중간 솔로포를 얻어맞았지만 그때의 혼이 담긴 투구를 했다.

클로저가 선발투수처럼 던진 지 정확하게 1년 후 일본에서 또 길게 던졌다. 오승환은 9회 0-0 상황에서 등판, 3이닝 동안 무실점 피칭을 펼치며 12회 0-0 무승부를 이끌었다. 오승환이 11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덕아웃으로 들어오자 한신 와다 유타카 감독이 직접 오승환을 맞아 격려하기도 했다.

마무리 투수에게 3이닝을 맡기는 경우는 분업이 철저한 일본프로야구에선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더욱이 그 대상이 외국인 투수라는 점에서 오승환의 헌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삼성 시절 등번호 21을 달았던 오승환이 한신 유니폼을 입고 일본프로야구 수호신의 대명사인 22번을 단 것만 달랐다. 연투와 장투에 능한 철인 마무리의 면모는 한국은 물론 상위리그인 일본에서도 여전했다.


'청출어람' 스승 넘어선 제자

1차전에서 오승환의 뚝심은 더욱 대단했다. 입추의 여지없는 고시엔구장서 9회 1-0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여전한 무표정에 흔들림 없는 돌직구를 포수 미트에 꽂아 넣었다. 히로시마의 클린업 3번 라이넬 로사리오-4번 브래드 엘드레드-5번 마쓰야마 유헤이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오승환은 홈 팬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타자 마쓰야마와의 승부는 압권이었다. ‘칠 테면 쳐보라’는 식의 정면 승부. 오승환은 150km/h대의 광속 돌직구 3개만으로 삼진 처리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은 오승환의 두둑한 배짱이 다시 한 번 입증되는 순간이다.

오승환의 가치는 이미 정규시즌 막판 히로시마와 2위 싸움을 벌이던 9월말 이미 입증했다. 무려 5경기에 연속 등판해서 천금 같은 3세이브를 챙긴 것. 팀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면 어김없이 마운드에 올라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야말로 ‘끝판왕’의 모습이다.

오승환은 이미 정규 시즌에 나고야의 태양이던 선동열(현 KIA 감독)의 시즌 최다 세이브(38)을 넘어 외국인 투수 최다 세이브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국보인 동시에 주니치 태양이던 선동열의 대기록을 진출 첫 해에 갈아치운 셈이다. 선 감독은 삼성 시절 대졸 루키에 불과하던 오승환을 파격적으로 마무리에 발탁한 스승이다. 그 스승을 제자가 넘어섰다.

게다가 '창용불패' 임창용(당시 야쿠르트)의 아성도 루키 시즌 깼다. 그야말로 일본에 진출한 투수 중 역대 최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맹활약을 루키시즌부터 뽐내고 있다.

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적응'이라는 명목의 버퍼링 기간을 두고 인내를 요구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승환의 경우, 쾌속 적응과 버퍼링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상위 리그에 진출할 때 엄습하는 긴장이나 두려움은 오승환에겐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

1만 관중의 대구구장이나 5만의 고시엔이나 마운드에 선 그의 표정은 한 치의 동요 없는 포커페이스다. 오승환에게 야구는 야구일 뿐이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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