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거부 보험사의 경고 "보험료 올라도?"
카드결제 허용하면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장기적으로 소비자 피해
소비자단체 "보험사가 보험료 연체 막을 수 있는 수단 막고 있는 것"
금융권 "감독당국이 상품심사과정에서부터 카드결제 가능 여부 지도해야"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결제하는 것을 두고 보험업계와 감독당국이 이견을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무분별하게 보험료 카드결제를 강제하면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소비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선택권 보호측면에서 보험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카드결제를 받아야 한다는 태도다.
5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전체 보험료 카드결제율은 지난해 기준 2% 수준이다. 손해보험사 보험료 카드결제율 16%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삼성생명과 IBK연금보험, 농협생명은 카드가맹점으로 등록돼 있음에도 4년간 보험료 카드납입비율이 0%대에 불과하다. 보험사가 사실상 보험료 납입방법(직접납입, 자동이체, 신용카드)에 있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카드수수료가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카드결제 허용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일부 외국계 보험사는 신용카드 연체수수료를 언급하며, 카드결제 거부 원인에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을 칠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대금이 결제일에 납부되지 않으면 고율의 연체 수수료를 떠안아야 한다"면서 "연체 기간이 길어지면 소비자 신용에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신용카드가 아닌 자동이체로 내면, 계좌에 잔고가 부족해 이체일에 보험료 납부가 되지 않더라도 다음 달 말일까지만 내면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납부 고객이 늘어나면 수수료도 그만큼 증가해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길게 보면 카드결제를 받지 않는 게 소비자에게 이득"이라고 강변했다.
이와 반대로 금융권 안팎에선 카드결제에 소극적인 보험사를 향해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중국집도 자장면 한 그릇 값을 카드로 받으면서, 카드결제가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하지 않는다"면서 "카드결제를 어렵게 만들어 보험료를 현금만 받는 보험사 행태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료를 한 달만 연체해도 보험이 무효로 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이를 막는 방법 중 하나인 카드결제를 거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보험상품 카드결제 강제 '불가'…감독당국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현행법상 보험사에 카드결제를 강요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생보사의 저축성보험의 경우 카드결제 거부 이유가 뚜렷하다.
생보사 관계자는 "저축성보험까지 카드결제를 허용하라는 것은 예금이나 적금, 주식 대금 등도 카드결제를 가능하게 하라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저축성보험을 취급하는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카드결제 비중이 낮은 것은 당연"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국세의 경우 카드결제시 수수료 1%를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이는 국세를 서비스 대가나 물건값이 아닌 일종의 금융채무로 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험도 상품성격에 따라 카드결제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당국도 무조건 카드결제를 강제하기보다 보험사마다 상이한 카드결제 허용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보험사가 보험료 카드결제를 어떤 식으로 받는지 실태조사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에서 카드결제가 가능하더라도 매월 대리점을 방문하거나, 콜센터에 전화하는 식으로 카드결제를 불편하게 운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보험사에 카드결제를 강제하기보다 감독당국이 상품심사 과정에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갖고 카드결제 가능 여부를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카드 가맹점으로 등록된 보험사의 카드결제율이 제로에 가까워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법 위반 상항은 없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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