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동문이냐' 우리은행발 관치 논란 커져
이순우 행장 연임포기 후 '서금회' 출신 이광구 부행장 유력
우리은행 차기 행장 선임 과정이 갈수록 험난해지고 있다. 이순우 은행장이 외압을 받아 연임을 포기하는 모양새를 취한데 이어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우리은행장을 둘러싼 파장이 메가톤급으로 커지는 데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가 본격적으로 금융계 파워인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초 연임 도전이 확실했던 이 행장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차기 행장에는 서금회 출신 인사인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유력한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부행장을 은행장에 앉히기 위해 ‘윗선’에서 이 행장의 연임 도전을 막았다고 보고 있다.
서금회는 올해 들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등을 금융권 최고경영자로 배출했다. 여기에 우리은행장 후보로 서금회 멤버가 급부상하면서 ‘관피아’가 떠난 금융권에 ‘정피아’가 자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단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2일 이 부행장과 이동건 수석부행장, 정화영 중국법인장을 행장후보로 선정했다. 행추위는 3명의 후보에 대한 심층면접 등을 진행한 뒤 9일 임시 이사회에 최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관피아 막으라니 대통령 측근 내려보내" "독립성 후퇴, 관치금융 끝판왕"
이와 관련, 금융노조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번 인사문제를 ‘되살아난 관치금융’, ‘관치금융 끝판왕’이라며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측근 모임이나 특정 인맥의 인사들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자리에 낙하산으로 앉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모피아와 관피아를 막으라고 했더니 대통령측근들이 낙하산으로 오는 정피아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다음 정무위원회 상임위가 열리면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무위 소속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서금회 출신이 차기 행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은 대통령 측근에게 우리은행장의 자리를 분배해주는 관치금융”이라며 “이와 관련 청와대 경제수석과 금융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논란은 관료 출신 은행장보다 금융산업의 독립성을 더욱 후퇴시키는 관치금융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통령에게 줄 잘서는 금융인만 출세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우리은행 행추위에도 “이광구 후보에 대한 추천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나기상 금융노조 홍보본부장도 이날 통화에서 “우리은행장에 서금회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것은 전형적인 보은인사”라며 “금융노조는 끝까지 정부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노조는 향후 우리은행의 대응방향에 따라 전면투쟁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행추위도 부담 커져 "MB정부 '4대천왕'보다 더하다"
더욱이 서금회가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금융권을 주름 잡았던 이른바 ‘4대 천왕’과 비교되면서 행추위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우리은행 주변에서 서금회를 감싸던 목소리도 작아지고 있다. “정권 측근 인사라고해서 불이익을 받아선 안된다”거나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은행에 인사권 행사는 당연하다”는 등의 주장이었다.
더욱이 금융권에서는 이번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특정 인사에 대한 밀어주기가 “너무 노골적이었다”는 게 파장을 키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한 금융회사 CEO 선임과정에서 ‘메시지 전달’에 실패한 여파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행장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우리은행 수장 자리가 돌아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보고 MB정부의 ‘4대천왕’ 보다 더하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은행의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도 인사에서는 ‘늘 그렇게 해왔지 않느냐’고 하면 은행 경쟁력도 그대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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