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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역사상 두 번째 재판관 배출이 기쁘지만 않은 이유


입력 2014.12.10 11:28 수정 2014.12.10 11:34        데스크 (desk@dailian.co.kr)

<특별기고>김정은 제소 국제적 관심사 부상에도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

정창호(48)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유엔재판관이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시된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선거에서 당선을 확정 짓고 나서 인근 한국 유엔대표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임기 9년의 재판관 1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3년마다 ICC에 관한 로마규정 당사국 총회에서 6명의 재판관을 새로 선출한다.

정창호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유엔 재판관(48)이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ICC 재판관 선거 1차 투표에서 유효표 104표 중 73표를 얻어 임기 9년의 재판관에 뽑혔다.

현재 재직중인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장에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ICC 재판관이 탄생된 것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되는 송상현 소장을 비롯하며 재판관 6명의 후임을 뽑는 이날 선거에는 현직 재판관을 비롯해 마리아 나테르시아 구스마오 페레이라(동티모르), 크리스터 텔린(스웨덴), 마크 페렝 드 브리샴바우(프랑스), 베르트람 슈미트(독일) 등 17명이 입후보했음에도 불구하고 ICC 재판관 선출을 위한 1차 투표에서 당선되었다는 것은 그 의미가 크다.

1차 투표에서 당선된 후보는 정 재판관이 유일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형사재판소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제소에 관한 이야기가 언론에 언급되면서 모든 국민들이 한번쯤은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해서 들어보게 되었다.

ICC는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중대한 국제인도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

자국에서 해결할 수 없는 범죄는 물론이며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자를 국제사회가 하나 되어 단죄함으로써 해당 지역에 평화를 찾게 해 국제사회의 평화를 유지시키며 세계 어디에서라도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설립 목적이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가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유럽연합(EU) 등 60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북한 인권 결의안을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시켜서 ICC에 넘기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유엔 총회 결의안이 채택된 지금 시점에서 송상현 소장이 임기를 마치고 국제형사재판소에 한국인 재판관이 없는 상황이 된다면 김정은을 제소하는 문제도 참 모양새가 구겨질 뻔했다.

정창호 재판관 당선자는 이미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유엔 재판관으로 활동중인 분으로서 국제 사회의 활동 조건인 영어는 검증이 된 분이다.

송상현 소장이 국제형사재판소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도 능숙한 영어실력이 많이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께서도 당신의 영어 실력이 국제사회로 나가게 했다고 말씀을 하셨다.

그렇다면 이번 2번째 재판관 탄생은 개인의 우수성 때문이었을까? 정부의 많은 지원과 끊임없는 노력 때문이었을까?

국제형사재판소에 재판관이 꼭 우리나라 사람이 되어야 하는 지금 시점에서 정부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또 차기 재판관 후보를 준비하고 있는 중일까?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가 추진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김정은을 국제법정에 세워서 공개적으로 잘못을 따져 볼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모두 기대하고 있다.

당장이라도 재판정에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냄비처럼 끓더니 또 조용하다. 끓어서 넘칠때까지 기다리는 심산도 아니고 정부는 너무 조용하다.

당선 확정 후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인권결의안 회부와 관련하여 “북한은 비회원국이어서 수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안보리가 회부를 추진하는 것이다. 안보리가 회부하면 비회원국이라도 수사할 수 있다”며 “다만, 북한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정창호 당선자는 말했다.

그는 “유엔보고서의 의미는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 사법의 틀을 이용해 다루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실질적으로 재판이 될지, 어떤 절차가 이어질지를 알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흐름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을 아꼈다. 국내의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정 재판관은 ICC 판결 효력 범위에 대해서는 “집행권까지 다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을 보내 준 국가, 그리고 재판의 대상이 되는 국가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협조가 없으면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한계”라며 “주권을 침해하면서 강제로 할 수는 없다. 이는 국제기구의 내재적인 한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국제사회 공론화를 통해 ICC에 회부됐다는 것은 엄청난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인권 상황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ICC에 부치도록 하는 결의안을 이번 달 본회의에서 채택할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새로운 재판관이 다시 국제형사재판소를 우리나라를 대신하여 지킨다.

김정은 제소에 대한 이야기도 끊임없이 나온다. 안전보장이사회도 열릴 것이다. 정 재판관 당선자의 말처럼 국제사회 공론화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히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은 뜨겁게 기대하고 있고 언론도 들끊지만 정부에서 말하고 있는 모습은 통일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고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북한도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이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우리나라의 역할과 위치는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다. 목소리를 내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엔이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재판관 한사람이 모든 것을 이끌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강건너 불구경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이 살아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야한다.

그것이 새 재판관 탄생을 바라보면서 우리나라 정부에 더 큰 기대를 갖게 되는 이유다.

글/류여해 독일예나대학 형사법박사·전 대법원재판연구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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