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배고팠던 2002 히딩크호 떠올려라!
과거 명성과 이름값에 기대지 않는 대표팀 구성 절실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승리욕과 절실함의 기운 흘러야
"난 아직도 배고프다(I'm still hungry)."
2002 한일월드컵에서 당시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남긴 유행어다.
당시 한국대표팀에는 1승과 16강에 대한 절실함이 컸다. 막상 그 목표를 이루고 난 뒤에는 자칫 선수단이 동기부여를 잃고 정신적 해이에 빠질 것을 우려한 히딩크 감독은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요구했다. 세계적인 강호들에 비하면 철저한 무명에 불과했던 한국은 결국 4강까지 오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슈틸리케호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12년 전 히딩크호가 가졌던 절박함과 배고픔이다. 현재 대표팀은 제주 서귀포에서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을 대비한 전지훈련에 한창이다. 시즌 중인 유럽파가 합류하지 못한 이번 대표팀 소집에서 전체 28명 중 절반이 이르는 14명이 처음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다.
이미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일 전지훈련을 앞두고 "우리 팀엔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 열정이 있는 선수라면 나이·경험에 관계없이 발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든 선수에게 대표팀의 문은 동등하게 열려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역대 대표팀 감독들은 항상 이런 말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지켜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중요한 대회가 다가올수록 감독들은 현재 그라운드에서의 기량이나 실적보다는 선수들의 이름값이나 주변의 여론, 감독 개인의 취향에 이리저리 흔들리기 일쑤였다. 자연히 그 안에 끼지 못한 선수들은 소외감을 느끼며 대표팀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했던 지난 4년간은 이런 모순이 절정에 달했던 시간이었다.
조광래-최강희, 그리고 홍명보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상황과 핑계는 각기 달랐지만 자신이 잘 알고 익숙한 선수들만 중용하려고 했다. 어떤 선수는 국내파라고 차별받고, 어떤 선수는 아무리 잘해도 이름값이나 감독의 선호도에서 밀렸다. 건전한 의미에서의 경쟁이 실종되면서 대표팀은 일종의 고인 물처럼 되어버렸다.
그렇게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대표팀이 이전보다 경쟁력이나 조직력이 더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브라질월드컵은 예선부터 본선까지 지난 4년간 대표팀의 총체적 부실과 난맥상으로 곪아터진 현상이었다.
최근의 경기력과 상관없이 과거의 이름값이나 인맥으로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대표팀에 대한 절박함이나 배고픔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대표팀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상대적 약체였음에도 단조로웠고, 선수들은 상대팀보다 항상 더 적게 뛰었던 것이 기록으로도 나타났다.
내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과거의 교훈 속에서 새로운 해답을 찾아야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고, 절박함은 대표팀 승선을 위한 기본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격진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찾아야한다. 이동국-김신욱이 부상으로 아시안컵 출전이 사실상 불발됐고, 박주영은 거듭된 부진으로 이미 대표팀에 들어올 자격을 상실했다. 손흥민-이근호 등이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아직 뭔가 아쉽다.
과거의 명성이나 이름값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열심히 뛰면 누구든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다는 희망. 어떻게든 여기서 살아남고야 말겠다는 승부욕만이 슈틸리케호를 지탱하는 최고 덕목이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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