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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땅콩 회항에서 검찰 출두까지...조현아 파문 일지


입력 2014.12.17 16:43 수정 2014.12.18 08:40        박영국 / 홍효식 기자

지난 5일 조현아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승무원의 땅콩 서비스에 문제를 제기하며 여객기를 회항시키고 사무장을 내려놓으며 발생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가 10여일 만인 17일 조 전 부사장의 검찰 출두로까지 이어졌다. 그사이 벌어진 주요 사안들을 사진과 함께 되짚어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리턴’ 사태를 일으킨 항공기와 같은 기종인 대한항공 A380 여객기.ⓒ대한항공

△2014년 12월 5일 = 0시 50분(현지시각)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 1등석에 탑승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승무원의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창진 사무장을 질책했다.

당시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가던 중이었으나, 다시 탑승구로 돌아가 박 사무장을 내려놓고 다시 출발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사태가 전국구를 넘어서 전 세계적인 논란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물론 당사자인 박 부사장도) 예상 못했다.

“항공사 부사장이자 오너의 따님이 비행기를 돌리라는데 감히 누가 태클을 걸까.”

8일 저녁 대한항공이 언론사들에 배포한 ‘대한항공 뉴욕발 인천행 항공기 승무원 하기 관련 입장자료’ⓒ대한항공 발송 이메일 캡처

△12월 8일 = 언론을 통해 ‘땅콩 회항’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고, ‘오너 횡포’, ‘전대미문의 갑질’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증폭됐다. 이제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게 될 상황이었지만, 그 사실을 대한항공만 몰랐다.

대한항공은 이날 저녁 “비상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내리게 한 것은 지나친 행동이었다”고 사과하면서도 “사무장을 하기시킨 이유는 매뉴얼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변명과 거짓으로 적당히 둘러댔기 때문으로, 조현아 부사장의 문제 제기 및 지적은 당연한 일이었다”는 말로 조 전 부사장을 감싸면서 책임을 승무원에게 떠넘겨 비난을 자초했다.

조 전 부사장의 입장 표명은 없었고, 대한항공 뒤에 조용히 숨어 있었다.

△12월 9일 =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조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한다고 발표했다.

IOC회의 참석 후 이날 오후 귀국한 조양호 회장은 귀국 즉시 인천공항에서 임원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고, 이 자리에서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등 대한항공 모든 보직서 퇴진했다. 하지만 부사장 직함과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직은 유지했다.

나중에 조용해 지면 슬그머니 다시 복귀하겠다는 속내가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땅콩 리턴’ 논란에 휩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을 항공법과 항공보안법 등의 위반 혐의로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오른쪽)등 관계자가 고발장을 들고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2월 10일 =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조 부사장을 서부지검에 고발하며 욕설·고함 의혹을 제기했다. 여론이 더 악화되자 조 부사장은 사표를 제출하고 대한항공 부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등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은 내려놓지 않았다. 조 부사장의 직접적인 사과나 입장 표명도 여전히 없었다.

△12월 11일 = 국토교통부가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12일 조 전 부사장의 출석을 요청했지만, 조 부사장은 거부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자사 소속도 아닌 조 전 부사장을 대신해 이날 오후 2시께 ‘조현아 전 부사장의 12일 출두는 당장 어려우나, 국토부 조사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상황의 심각성을 덜 실감했거나, 국토교통부가 만만하게 보였던 듯 하다.

하지만, 검찰이 나서자 태도는 달라졌다. 검찰은 이날 대한항공을 압수수색해 항공기 운항기록, 조종실 음성녹음 파일, 탑승객 명단 등을 확보하고 조 전 부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6시께 ‘조현아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3시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기 위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큰 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리턴’ 사건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2월 12일 = 드디어 ‘아버지’가 나섰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큰 딸’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해 대신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땅콩 리턴’사건과 관련해 12일 오후 서울 김포공항 부근에 위치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날 당사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출석하며 사건 발생 이후 처음으로 직접 자신의 입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꺼냈다. “승무원들에게 직접 사과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의 ‘과잉충성’은 또 다시 역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이 출석하는 자리에 대한항공은 다수의 직원들을 투입, 현장을 통제하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 다른 악재도 발생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폭행과 폭언 등에 대해 “처음 듣는 일”이라고 일축했으나, 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했으며 대한항공으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12월 13일 = 국토부가 조사하지 못했던 결정적인 증인을 검찰은 찾아내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KE086 항공기 1등석 승객 박모 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박 씨는 조 전 부사장이 고성과 함께 승무원의 어깨를 밀쳤다고 증언했다.

대한항공이 모형비행기와 달력을 가지고 박 씨를 회유하려 했다는 증언까지 나오자 일부에서는 동정론까지 제기됐다. 비행기 1등석 타고 다닐 만한 사람을 장난감으로 회유하려 들다니. “저 사람들 의외로 엄청 순진한 게 아닐까”

소위 ‘땅콩 리턴’ 사건으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갑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에 빨간색 신호등이 켜져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2월 14일 = 조 전 부사장이 사과를 위해 마카다미아 제공 승무원과 박창진 사무장 집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해 쪽지만 남겼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대됐는데 그들도 박 전 부사장과 얼굴 마주치는 게 좋을 리는 없다. 며칠만 서둘렀으면 모양새가 좀 더 좋았을 것을.

△12월 15일 = 박창진 사무장이 국토부 재조사를 거부했다. ‘국토부-대한항공 한통속’ 얘기가 돌며 ‘칼(KAL)피아’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박 사무장이 그곳을 제 발로 찾을 이유는 없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마카다미아 제공 승무원과 박 사무장 집을 다시 찾았지만, 사과는 또 다시 불발됐다. 박 사무장은 검찰에 출두해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17일 오후 2시까지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신분은 박 사무장과 같은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다.

△12월 16일 = 국토부는 대한항공에 대해 운항정지 또는 과징금 부과 행정처분을 결정하고 조 전 부사장을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날엔 국토부가 박 사무장을 조사할 당시 약 19분간 대한항공 객실 담당 상무를 동석시킨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칼피아’ 의혹이 한층 짙어졌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 출두하며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2월 17일 = 오후 1시 50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검찰청에 출두했다. 국토부 조사를 받으러 갈 때보다 한층 더 수척한 표정이었으며, 사과를 할 때도 고개를 더 많이 숙였다. 얼굴을 가린 긴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눈물이 비치기도 했다.

국토부 출석 때와는 달리 수행원도 없이 조 전 부사장 혼자였다. 더 이상 논란거리를 제공하기 싫은 듯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죄송하다’는 말만 남겼다. 재벌가의 딸로 태어나 지금껏 귀한 대우를 받고 살아오다 평생 가장 외롭고 고통스런 상황에 처했음을 짐작케 하는 모습이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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