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 싹둑’ LA 다저스, 콜레티 철학도 잘랐다
비싼 몸값만 주고 데려와 쌓아놓고 처리도 못해
신임 경영진, 손해 보더라도 결단하고 로스터 비워
LA 다저스가 구원투수 브라이언 윌슨(32)을 지명할당 조치했다.
2013시즌 종료 후 다저스와 재계약한 윌슨은 내년 시즌에 대한 선수 옵션이 걸려 있었다. 올 시즌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윌슨은 FA가 되는 대신 옵션을 발동해 남으려 했지만, 다저스 구단은 금전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 윌슨을 내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오프시즌 다저스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몸값을 제대로 못하는 선수는 손해를 보더라도 트레이드 또는 방출 조치를 단행했다. 새로 부임한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 부문 사장과 파르한 자이디 단장의 스타일을 여기서 읽을 수 있다.
다저스는 그 동안 몇몇 잘못된 계약으로 인해 오랜 기간 고생해왔다. 전임 단장 네드 콜레티는 돈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했다. FA 선수를 영입할 때도 필요 이상의 많은 금액을 투자했고, 트레이드 때도 유망주를 주고 ‘고비용 저효율’의 선수를 데려오기 일쑤였다.
윌슨의 경우도 그렇다. 콜레티 단장은 2013시즌이 끝난 후 윌슨에게 2년간 20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안겨줬다.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나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다저스에는 이미 켄리 젠슨이라는 걸출한 마무리투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결국, 윌슨은 1000만 달러짜리 셋업맨이 됐고, 그의 8회 투구를 보는 다저스는 늘 불안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연봉이란 곧 해당 선수의 위상과도 직결된다. 1000만 달러를 받는 선수라면 부진하다고 해서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낼 수도 없다. 그 선수는 무조건 빅리그 로스터에 이름이 올라 있어야 하며, 중요한 보직으로 기용해야 한다. 콜레티의 다저스가 실패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과거 박찬호가 다저스로 복귀했을 때도 저런 어처구니없는 계약이 많아 선발 싸움에서 밀려난 아쉬운 기억이 있다. 당시 다저스에는 900만 달러짜리 대타(노마 가르시아파라)와 대주자(후안 피에르)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었고, 1500만 달러를 받는 투수(제이슨 슈미트)는 병상에 누워 있었다.
감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선수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유망주의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콜레티는 그렇게 몸값 못하는 선수들을 잔뜩 쌓아놓았을 뿐, 처리하는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프리드먼 사장과 자이디 단장은 다르다. 한 명은 스몰 마켓인 탬파베이를 강팀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고, 또 한 명은 ‘머니볼’로 유명한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둘 다 쓸데없는 낭비를 꺼리는 공통점이 있고, 필요 없는 선수를 과감하게 처분하는 결단력이 있다.
자이디 단장은 윌슨의 지명할당을 발표하면서 "그는 우리의 불펜 요원 7인 안에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력 없는 선수가 연봉과 계약으로 인해 로스터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팀에 얼마나 해가 되는지 알기 때문에 내린 용단이었다.
박찬호와 류현진 때문에 다저스를 오랫동안 응원해온 국내 팬들은 그 동안 콜레티 전임 단장의 무능력함 때문에 속상했던 적이 많았다. 적어도 프리드먼 사장과 자이디 단장이 있는 동안은 그런 문제로 인한 걱정은 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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