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2관왕' 유재석의 독주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입력 2014.12.30 09:50 수정 2014.12.30 09:56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대안없는 지상파 예능의 추락속 '독배'

KBS에 이어 MBC 예능 대상도 거머쥔 유재석.ⓒMBC
MBC의 시도는 도발적이었다. 철저하게 팝 문화적이었다. 팝 컬처는 본래 도발적이다. 기존의 상식과 금기를 넘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연예대상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과 금기를 넘어섰다. 대상 선정 권한을 시청자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왜 이것이 상식과 금기를 넘은 것일까.

대개 시상식은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여러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결과는 부합하지 못했다. 일단 아무리 부정해도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기 마련이다. 프로그램 자체나 사람과는 관계없는 조직생리의 역학이 작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흔히 전문성은 물론 상이 가진 권위성은 물론 신뢰를 잃고 만다.

그러나 2014년 MBC연예대상은 이런 중간 과정을 생략했다. 직접 시청자가 대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물론 사전에 후보군을 마련한 것은 전문가들이었다. 다만, 후보군 자체에 대해서는 대개 설득력을 가질만 하게 만들었다. 선택의 패러독스가 갖는 위험성을 줄여주었던 것이다.

시청자의 직접 선택 방식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비판의 여지가 있었다. 특정 팬들이 몰릴 경우 객관성을 가질 수 없고, 인기에 따라 대상 수상자가 선정되어 공정성을 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상 수상자 정도 된다면 갑자기 인기를 끈 후보자가 최종 선정이 되지는 않을 것이었다. 즉, 받을 만한 사람이 받을 것이었다. 이런 때문인지 시청자가 뽑은 대상 수상자는 유재석이었다.

이 수상은 이틀 전 진행되었던 KBS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받은 대상의 의미도 다시금 살려주는 것이었다. 그 상은 기존의 수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방송사 내부의 여러 고려와 안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유재석이 진행한 ‘해피투게더’는 시청자 선호도에서 그렇게 높지 않았다.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것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리고 ‘1박 2일’이었다. 시청률도 마찬가지다. 다만, 오랜 동안 ‘해피투게더’가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유재석의 힘에서 비롯된 면이 있다.

아울러 시즌제 ‘나는 남자다’가 부진했음에도 상이 주어진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의 주인공을 대상으로 주어야하는 점에서 생각을 한다면,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런 점들은 방송사 내부의 고려가 작용했음을 명확하게 만든다. 반면에 다른 수상자들이 상대적으로 유재석에 못미친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판단하는가였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MBC연예대상은 수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유재석이 2관왕을 이룬 것은 전체 방송사를 가로지르며, 누가 가장 예능활동을 잘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 셈이다. 방송사의 입장이나 시청자의 관점에서 유재석을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것을 2014년 시상식이 잘 입증했다. 대상수상이 반드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나 인기, 화제성과는 별개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재석의 가치는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도 아니라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꾸로 일단 최고의 입지에 오른다면 장기집권하는 고착화 현상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점은 한번 성립된 대중적인 각인과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가 있다. 물론 유재석 개인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관리의 매니지먼트가 중요함을 일깨운다. 다만,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방송예능 전체의 변화 조짐이다. 2014년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이 케이블이나 종편으로 상당 부분 이동했다는 점이다. 종편이나 케이블의 시상식에 대한 논의도 2014년에 이루어진 이유다.

이런 방송사 예능의 제왕이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 이러한 면에서 보았을 때 유재석에게는 국민 예능인이라는 타이틀을 벗어나 새로운 예능 코드에 부합하는 새로운 포맷과 콘텐츠에 적응해야할 과제가 여전히 있다. 특히, 주중 예능의 경우에는 방송 3사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에 빨간 불이 켜진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찾아온다. 지상파 방송에서 대안이 없는 예능의 활로 속에서 유재석에게 지워진 짐은 여전히 무겁다. 최고일때 항상 위험을 경계한 세종처럼.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김헌식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