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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토토가 광풍, 90년대가 20대 마음까지 훔쳤다


입력 2015.01.03 09:28 수정 2015.03.02 15:29        하재근 기자

<하재근의 닭치고 TV>트렌디드라마, 아이돌 등 현 대중문화 아이콘의 출발점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에서 선보인 90년대 가수와 노래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이한 건 90년대에 청춘기를 보낸 30~40대뿐만이 아니라 20대까지 그 관심의 대열에 동참한다는 점이다. 20대는 90년대에 향수를 느낄 이유가 없는데 왜 90년대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의 20대가 들어도 90년대 콘텐츠가 현재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촌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90년대라는 시대의 특징이 있다. 90년대는 한국 대중문화의 서구화가 완성된 시기다. 그때 이후 문화적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요즘 들어도 90년대 노래들이 그렇게 옛것 같지 않다.

90년대는 현재 젊은이들이 즐기는 대중문화의 원형이 확립된 시기이기도 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음악 혁명 이후 오늘날 아이돌 보이그룹의 효시가 되는 HOT와 걸그룹의 효시인 SES, 핑클 등이 그때 등장했다. 힙합의 원조인 듀스를 비롯해 요즘 대중음악계의 주류인 흑인음악이 본격적으로 쏟아진 것도 90년대였다.

21세기의 특징인 소비주의, 개인주의, 국제주의적인 사고방식도 그때 나왔다. 당시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에게 준 충격은 어마어마해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세대, 즉 X세대라고 불렸었다. 그 정도로 이질적인 세대와 문화가 90년대에 등장했던 것인데, 그때 이후론 그 정도의 문화적 격변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90년대의 흐름이 아직까지 이어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즐기는 트렌디드라마도 90년대에 등장했고, '쉬리'를 통해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원형도 그때 나왔다. 삐삐, 휴대폰, PC통신, 인터넷 등 개인휴대통신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혁명도 그때 시작됐다. 벤처열풍도 90년대말에 터졌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90년대는 현재의 문화적 기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당대의 문화가 어떤 한계에 맞닥뜨렸을 때 사람들은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90년대에 다양하게 만개했던 대중음악이 2000년대 이후엔 10대 위주 아이돌 댄스음악으로 획일화되었다. 그 상태에서 10년 이상을 지내다보니 사람들이 다양한 음악에 대해 갈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디션이나 <무한도전> 같은 TV 예능프로그램들이 90년대 음악을 들려주자 젊은 사람들까지 그 시대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30~40대는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기고 뒤늦게 자신들이 청춘을 보냈던 시기의 문화가 얼마나 찬란했었는지를 확인하며 뿌듯해한다면, 그보다 젊은 세대는 90년대 음악을 지금의 문화가 전해주지 못했던 새로운 콘텐츠로 받아들이고 있다. 90년대엔 지금과는 다른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성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충분하다.

90년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풍요로웠던 시기였다.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며 정리해고나 무한경쟁, 비정규직 등 미생의 설움이 없던 시기였다. 90년대가 끝날 무렵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불안의 21세기가 시작된다. 불안을 10년 이상 겪은 지금 돌아보면 90년대는 한없이 따뜻하기만 하다. 원래 복고라는 것 자체가 따뜻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불황시기에 인기를 끌게 마련인데, 90년대는 정말 실제적으로 좋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더욱 동경하게 되는 것이다.

90년대의 현재성, 90년대의 매력, 현재 문화의 획일성이라는 조건이 당장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90년대 복고는 당분간 계속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자체가 90년대처럼 미생의 불안이 없는 풍요의 시대로 돌아가는 사회문화 복고도 등장하면 좋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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