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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없는 슈틸리케호…베어벡·조광래호 어땠나


입력 2015.01.09 03:07 수정 2015.01.09 09:44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2007-2011 아시안컵에서도 최전방 공격수 정상 가동 못해

수비 두껍게 하거나 포지션 파괴로 메워..슈틸리케 승부수는?

아시안컵 때마다 공격수 부재로 애를 먹었던 것은 지난 2007년(베어벡)과 2011년(조광래) 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55년만의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한다.

오는 10일 오만과의 경기를 통해 ‘2015 아시안컵’을 시작하는 슈틸리케호의 최대 변수는 역시 공격력이다.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이동국, 김신욱, 박주영 등 그간 대표팀을 이끌어오던 간판급 공격수들이 모두 빠졌다. 2-0 승리한 사우디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골결정력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이근호, 조영철, 이정협으로 짜인 공격진에서 현재로서는 누구도 주전경쟁에서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근호와 조영철은 전형적인 원톱형 공격수가 아니고 이정협은 경험이 부족하다.

원했던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대표팀 입장에서는 낯선 상황도 아니다. 공교롭게도 대표팀이 아시안컵 때마다 공격수 부재로 애를 먹었던 것은 지난 2007년과 2011년 대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대표팀은 주축 공격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슬럼프로 몸살을 앓았다.

공격수 부재에 대한 대처법은 각기 달랐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끌었던 2007년 대회 당시 대표팀은 극악의 골 결정력을 극강의 수비력으로 만회했다. 당시 6경기 3골에 그치는 극심한 빈공에 허덕였지만 실점은 3으로 묶었다. 대표팀은 8강전부터 3~4위전까지 3경기 연속 0-0 무승부와 승부차기를 치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은 공격진에 이동국, 조재진, 우성용 등 스타일이 겹치는 3명의 타깃맨을 동시에 선발했지만 이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당시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박주영 등 대표팀 주력 선수들 상당수가 부상으로 아시안컵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경기를 풀어갈 만한 선수들의 부재가 공격력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조광래 감독이 이끌었던 2011년 대회에서는 과감한 세대교체와 전술변화를 단행했다.

이동국과 박주영이 제외된 자리에 지동원, 유병수, 김신욱 등 당시만 해도 A매치 경험이 거의 없던 신예들로 대표팀의 공격진을 채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나이 어린 지동원이 주전 원톱 자리를 꿰찼고, K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주가를 높이던 구자철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깜짝 기용하는 포지션 파괴가 대성공을 거뒀다.

구자철은 5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고, 조광래호는 6경기 13골을 기록하는 화끈한 공격축구를 보여줬다. 당시 유망주였던 손흥민도 이 대회를 통해 대표팀에 첫 승선하며 조커로 활약했다.

하지만 베어벡호와 조광래호 모두 나란히 3위에 머물렀다. 조별리그까지는 변칙이 어느 정도 통했지만, 토너먼트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릴 킬러의 부재가 끝내 발목을 잡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승부수는 다양성이다. 이근호, 조영철, 이정협까지 각기 스타일이 다른 공격수들을 발탁해 상황에 따라 전술적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돋보인다. 손흥민 역시 주 포지션은 측면이지만 최전방까지도 소화할 수 있고, 지난 대회 득점왕 경력의 구자철도 뛰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근호나 조영철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대표팀에서 골감각이 가장 좋은 손흥민이 2선에서 프리롤처럼 움직이며 골 찬스를 노리는 것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근호가 활동량과 연계플레이가 좋다면, 조영철은 가짜 9번으로 제로톱 전술에 유용하다.

경험과 골결정력은 이근호가 낫지만, 전체적으로 팀 경기력이 가장 좋았을 때는 조영철을 가짜 9번으로 세웠던 파라과이전이나 사우디전 후반이다.

이정협은 히든카드다. 유일한 타깃맨 옵션인 이정협은 2011년의 김신욱처럼 한국이 끌려가는 상황이거나 공격이 풀리지 않을 때 공중전을 통한 득점루트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A매치 데뷔전이었던 사우디전 후반에 이정협은 데뷔골까지 넣으며 자신에게 필요로 하는 역할을 100% 완벽하게 수행했다. 아시안컵에서 많은 출전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중요한 순간에 경기의 운명을 바꾸는 결정적인 조커가 될 수 있다.

실질적인 마무리는 2선 공격진의 전술적 역할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정통 스트라이커가 부족한 최전방에 비해 손흥민, 이청용, 구자철, 남태희, 이명주 등 2선 공격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상대적으로 주도권을 움켜쥘 가능성이 높은 아시안컵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숫자를 줄이고 최대 4명의 2선 공격수를 투입하는 4-1-4-1 전술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슈틸리케호에서 아직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손흥민이나 소속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입한 이청용의 활약이 절실하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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