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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자회견때문에 국정 마비 이제 그만


입력 2015.01.14 09:31 수정 2015.01.14 11:07        최용민 기자

<기자수첩>대통령 권위 세워주려 병풍된 장관과 수석들 이젠 일하게 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 수석비서관들이 배석해서 회견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는 12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소통을 강조하고 형식을 완화하기 위한 기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회견장에서 책상을 빼고 의자만 놓았다. 책상을 빼면서 기자들은 대통령께 좀 더 다가갈 수 있었고 자리가 넓어지면서 그전보다 더 많은 기자가 회견장에 들어올 수 있었다.

청와대도 이번에는 여러 사건들과 소통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런 기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기자회견이 신선했다는 평가와 형식면에서 만큼은 청와대가 소통을 이루려고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1시간 가량 늦게 참석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청와대의 소통 강조와 형식 완화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 업무보고를 위한 안행위 전체회의에 대통령 기자회견 참석을 이유로 늦게 참석했다.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결국 1시간 가량은 조송래 중앙소방본부장이 초기 보고를 대신했다.

의정부 화재 사고는 사망자만 4명이고 2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대형 화재 사건으로 안행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초기 대응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모였다. 더구나 뒤늦게 출석한 박 장관은 "(청와대가 대통령 기자회견에) 왔으면 좋겠다고 해서 갔다"고 밝혀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박 장관은 대형재난에 대한 대응을 책임지는 국민안전처의 수장이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참석도 중요하지만 일의 우선 순위가 어떻게 되는지 박 장관은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한다.

특히 청와대가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와 신년 기자회견 시간이 겹치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박 장관의 기자회견 출석을 요청했다는 것은 아직도 형식에 의존하고 있는 청와대의 인식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이왕 회견장에서 책상도 없애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면 청와대는 당연히 박 장관의 국회 출석을 요청했어야 한다. 청와대는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발생하게 된다면 형식에 얽매이는 모습보다는 무엇이 국민들을 위해 더 필요한 일이지 잘 판단해 처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박 장관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좀 더 자유롭게 진행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높다. 대통령 기자회견은 대통령과 기자들이 만나 서로 의견을 논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 꼭 청와대 수석들은 물론 각 부처 수장까지 대통령 뒤에 나란히 앉아 있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지적이다.

내각의 모든 장관들과 청와대의 모든 수석 비서관들이 병풍처럼 대통령의 뒤에 앉아있는 모습은 그림을 위한 '배경'에 불과하다. 그 배경은 대통령의 권위를 표현할뿐이지 기자회견이라는 내용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앉아있을뿐이다. 표정관리하면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백악관 참모들이나 장관들이 우리처럼 대통령 뒤에 각을 잡고 앉아 있지는 않는다. 기자회견 내용도 다르다. 우리는 기자가 질문을 하면 대통령이 답을 하고 또 다른 기자가 질문을 하고 답을 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한 기자와 한 주제에 대해 즉석으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말 그대로 자유로운 방식이다.

청와대가 처음으로 기자회견장에서 책상을 뺀 것은 형식적인 부분이나마 자유로움을 추구하려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박 장관의 늦은 국회 출석으로 촉발된 논란은 청와대가 여전히 바꿔나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권위를 받쳐주기위한 배경이 되기 위해 대한민국의 국정이 2시간 동안 올스톱돼야하는 것일까.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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