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무위원 '첫' 티타임 "개혁저항 금단현상"
국무회의 주재 전 장관들과 농담도, 스타일 변화오나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처음으로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이전과는 달리 회의 시작보다 일찍 나타나 환담장소에서 국무위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티타임을 가졌다. 소통 부족이라는 비판과 함께 최근 국정운영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스타일을 변화시키려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 10여 분전 나타나 국무위원들과 스탠딩 티타임을 가졌다. 박 대통령이 2013년 2월 취임 후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티타임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입장할 때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 있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라며 농담을 던졌고 정홍원 국무총리는 "티타임이 '서타임'으로..."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장관들이 모여들었다. 박 대통령은 우선 논란이 일고 있는 '연말 정산' 개선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도착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오늘 잘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이에 최 부총리는 "여러 가지 혼란이 있었는데, 제가 설명을 잘 드렸다"며 "전체적으로 좀 늘어난 면도 있지만, 고소득층한테 더 걷어서 저소득층한테, 금년 낸에 약 1조4000억원 정도 더 걷어서 EITC(근로소득장려세제) 형태로 돌려주려고 하고 있다. 그 관계를 설명드렸고 구체적인 내용은 다시 설명 올리겠다"고 답했다.
이에 박 대통령이 "이해가 잘 되시는 게 중요하죠"라고 말했고, 최 부총리는 "적극적으로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장관들에게 "어떻게 차는 드셨어요? 티타임이니까 차를 마시면서..."라고 말하며 웃었고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은 "대통령님께서 먼저 차를 드셔야 되는데..."라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어디 있어요?"라고 말했고 김희정 장관은 "이 자리에 담배 끊으신 분이 두 분 계십니다"라며 금연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정 장관이 "아닙니다. 세 분입니다. 부총리와 복지부장관 외에 안종범 경제수석도 새해부터 끊었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장관에게 "금단현상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고 문 장관은 "지금 제가 정상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더라고요"라고 답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 대통령이 "그럼 다른 거 뭐 드시고, 주전부리를 자꾸 하시게 되나요?"라고 묻자 "네, 자꾸 너트 같은 견과류를 먹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아예 손을 안댔으면, 금단현상을 극복하려는 그런 고생을 안해도 되는데, 담배 손댈 때는 그런 거 생각안하고 쉽게 대죠. 그러다 보면 나중에 빠져나오는 게 너무 힘들어요. 금단현상이 담배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게 빠져들면 금단현상이 생겨서 ‘아, 내가 이래선 안되겠구나’하고 극복하려고 하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거기에 한번 빠져들면 성공을 잘 못하더라고요"고 말했다.
이에 정 총리가 "복지부장관이 성공을 못하면 큰일나는데..."라며 웃었고 박 대통령은 웃으며 "그런 얘기가 아니라, 금단 현상을 잘 극복하기 어렵다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고요"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저도 이번 시도가 삼 세판"이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새해 작심삼일이란 얘기가 있잖아요. 근데,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길은 삼일마다 결심을 하면 된다고 해요. 끊은 사람들은 그렇게 몸이 가뿐하고 좋은데, 그동안 내가 왜 이걸 피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을 많이 들었어요"고 말했다.
정 장관은 "복지부 장관이 6개월만에 완전히 끊었다 하는 그런 신화를 만들어주시죠"라고 하자 문 장관은 "예, 성공하겠습니다. 안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 역시 "하도 소문이 많이 나가지고 저희들이 안끊을 수가 없습니다"라며 웃었다.
이에 박 대통령이 "소문을 먼저 많이 내라는 거죠. 나 끊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많이 내면, 차마 할 수가 없잖아요. 그것도 방법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얼마나 눈물겨운 얘기예요"라고 말하자, 최 부총리는 "기사를 그렇게 써버리니까요"라고 했고 정 총리는 "한달에 한번씩 제가 점검을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그럼 또 오보라는 지적이 나올 겁니다. 다 끊었는데...야튼, 적폐를 해소한다고 노력하는데, 옷에 때가 묻어도, 처음에 묻었을 때는 금세 지워질 수 있는데, 이게 쩔어가지고 비누로 빨고 노력을 해도 옷이 헤어질지언정 때가 잘 안빠지잖아요"라며 "그래서 처음에 잘못했다고 고치면 쉽게 끝낼 수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쌓이면 그것도 습관이다. 고치는 데 엄청난 힘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가 적폐를 해소한다 하는 것도 너무 오랫동안 덕지덕지 쌓이고, 뿌리가 깊이 내려가버려서 힘들지만 안할 수 없는 노력이죠. 그런데 그 자체가 금단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잘못된 것도 오래 하다보면 편하니까, 나쁜 거라도 으레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냐 하고 빠져드는데, 그러다가는 사회가 썩는다"며 "그러면 개혁을 하려해도 저항도 나오게 되고, 여태까지 편했던 것을 왜 귀찮게 하느냐, 난리가 나는 그런게 일종의 금단현상이죠. 사회 전체가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데, 옛날 산업화 시대에는 SOC 등에서 많이 깔았잖아요. 지금 이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적인 것을 많이 깔고, 고치고, 제도도 바꿔나가고, 쉽지 않은 거예요. 마음속에는 쭉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이 "이번에 인사혁신처장이 작심을 하고 뿌리뽑으려고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되물었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작심삼일이 안되도록..."이라고 말했고, 박 대통령 "그럼 삼일마다 결심을 새로 하시고..."라고 답했다.
이 처장이 "마음을 새로 다지겠습니다"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이제 우리가 운동을 하거나 테니스를 하거나, 탁구를 하거나 할 적에 연습을 많이 해야만 공을 제대로 받잖아요. 그런데 연습을 안하고 마음으로 내가 공 잘받아야지 하고 가서 공을 잘 받을 수 있겠어요. 공 떨어지는 거 쫓아다니느라고 정신 하나도 없죠. 그런데, 운동같은 거는 그렇게 근력을 키우고, 머리에 입력도 하고 해야 운동을 잘 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결심 한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죠. 그래서 작심삼일이란 말이 나오죠. 사회적인 제도라든가, 인식을 바꾸는 것도,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그 다음에 반성하고, 이번에 안됐다고 하면 다시또 반복해서 하고, 이런 식으로 뇌에 그런 근력이 생기도록, 확실하게 입력이 되도록 해야 행동할 수 있지, 말하고 행동하고 따로 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 처장은 또 "몸에 익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고, 정 총리는 "평소에 몸과 마음이 따로 많이 논 모양입니다"라고 답했다.
정 장관이 "저희 청사에 인사혁신처가 새로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근데, 그 복도를 완전히 오렌지색으로 칠했습니다. 복도가 전부 흰색인데, 우리 처장님이 생각을 바꾸자 하는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서 전부 오렌지색으로..."라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형식이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잖아요. 뭐 그렇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도 필요해요. 자꾸 자극을 받고, 잊어버리지 않고 결심을 하고...쉽지 않은 일들이라 힘이 드시겠지만, 사명이니까..."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저번에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나온 단두대 있지 않습니까. 근데, 단두대의 의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서"라고 말했고 박 대통령은 "단두대를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라고 웃었다.
정 장관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쉽게 표현해 대한민국 방식으로 하면 작두다, 통째로 올려놓고 작두로 자른다고 하니까, 그게 그건가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영어로는 길로틴이라고, 외국에서 제도가 처음 시작된 것이죠. 그만큼 뿌리가 뽑히지 않은 규제들이 있으니까 확실하게 하겠다 그런 의지의 표현이지, 그걸 이렇게 표현하든, 저렇게 표현하든, 개혁하겠다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강한 의지를 담고 표현한 것이라고 봐야죠"라고 말했다.
환담이 끝난 후 박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은 10시에 맞춰 회의장인 세종실로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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