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은행 통합 "진정성 있느냐?"
예비인가 앞두고 노사 진통 커져…"후유증 걱정이다"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위한 힘겨운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지난 19일 통합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이후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가 중단 되는 등 칼바람이 더욱 매서워졌다.
하나금융은 계획대로 ‘3월 통합’을 기대하고 있지만,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에 이어 금융당국의 인가 일정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4월 통합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외환은행 경영진은 노조에 실무협상단 구성을 통해 실질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한조 외환은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 23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노조에 현재의 협상 대표단과는 별도로 부·팀장을 중심으로 한 실무 협상단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구체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도 끌어올렸다. 김한조 행장은 “통합신청서를 이미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는데 이를 되돌릴 수 있겠냐”며 “합병기일을 4월로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속도전을 강조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임원들이 통합추진에 방관만 하고 있고 회장 혼자 뛴다. 창피한 줄 알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당장 임원들에겐 통합추진이 중요한 숙제가 됐다.
'통합 후 진통' 걱정인데..."노사 모두 오늘만 보고 있어"
사측은 노조가 통합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힘으로 밀어붙이기엔 통합 후 진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하나금융지주는 노조와의 갈등 뿐만아니라 전산 통합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두지 못하는 등 미흡한 준비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권에선 ‘일단 통합하고 보자’식의 사측의 태도에 통합 후 진통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노조가 ‘통합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대화를 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통합의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사측은 대화과정에서 2.17합의서를 시작으로 IT전산통합, 구조조정 여부 등 어느 것도 신뢰하기 어렵게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통합이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 없다”고도 했다. 김 회장과 김 행장이 공식석상에서 “노조와 대화는 계속할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 노조와 진정성 있는 대화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어제(23일) 낮에 김 행장에게 문자가 왔는데, 당장 만나서 대화를 하자는 내용도 아니었다. 속으로는 대화할 마음이 없는데, ‘노조와 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포장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진정성도 없이 합병에 들러리를 하라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은 노조의 반발과 관계 없이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떨어지는 대로 일사천리 합병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월 중순까지 예비인가 승인을 받으면, 곧바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합병계약서를 확정하고 본인가 승인 단계로 넘어간다.
하나금융은 당초 합병기일을 3월 1일로 예정했지만, 금융위의 본인가 승인 시기에 따라 4월 초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4월 이전에 될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문제는 통합 이후가 될 수 있다. 언론에서도 화학적 결합 없이 통합을 이룬 후유증에 대한 걱정이 많지 않나”라며 “노사가 오늘만 보지말고, 서로 내려놓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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