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등’ 차두리, 태극전사 작별 시간 다가온다
은퇴 시기 고민하다 아시안컵 합류, 존재가치 증명
박지성도 이루지 못한 꿈 도전, 유종의 미 거둘까
슈틸리케호 '맏형' 차두리(35·FC 서울)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차두리는 지난 22일 호주 멜버른 랙텡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 8강전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의 경기에서 폭풍 드리블에 이은 그림 같은 어시스트로 손흥민의 쐐기골을 끌어내며 한국의 2-0 승리와 함께 3회 연속 4강행을 이끌었다. 이후 차두리를 향한 한국 축구 팬들의 찬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차두리는 2001년 11월 8일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른 이후 통산 A매치 73경기에 출전해 4골을 넣었다. 나이로 보나 대표팀 경력으로 보나 의심할 여지없는 슈틸리케호의 최고참이다.
무엇보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멤버 중 유일하게 대표팀에 남은 현역이라는 점만 봐도 차두리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다.
사실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에 합류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심각하게 은퇴 시기를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두리를 간절히 원하는 목소리가 너무나 많았다. 지난 시즌 FC 서울에서 절정의 활약을 보여주며 베스트11에 선정되었고, A매치에서도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베테랑 선수로서 풍부한 관록과 해외파-국내파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친화력 및 리더십에서 차두리는 대체 불가한 존재가 돼있었다. 차두리는 장고를 거듭한 끝에 서울에서 현역 생활은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고,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선수의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린 때문일까. 차두리는 이번 아시안컵에서 3경기(선발 1, 교체 2)에 출전해 벌써 도움 2개를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우즈벡과의 8강전이었다. 팽팽한 0-0의 승부가 이어지던 후반 24분 교 체 투입된 차두리는 '차미네이터'라는 별명에 걸맞게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국이 손흥민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가던 연장 후반 14분에는 차두리의 돌파력이 다시 빛을 발했다. 장현수의 패스를 이어받은 차두리는 역습 상황에서 50미터 이상을 단독 돌파하며 상대 수비수 2명을 잇달아 제치고 우즈벡의 문전까지 치고 들어와 손흥민에게 낮고 정확한 크로스를 건넸다.
손흥민은 차두리의 택배 패스를 정확한 트래핑에 이은 왼발 강슛으로 연결하며 한국의 완승에 쐐기를 박았다. 지켜보던 이들은 골을 넣은 손흥민도 잘했지만 '90% 이상 차두리가 만들어낸 골'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차두리의 아시안컵 활약은 왜 대표팀과 큰 국제대회일수록 '베테랑의 가치'가 중요한지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35살은 보통의 축구선수라면 환갑에 가까운 나이다. 최근 몇 년간 대표팀은 물론이고 차두리가 활약하는 K리그에서도 노장의 가치가 평가절하 당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차두리는 철저한 몸 관리를 바탕으로 체력과 리더십까지 겸비한 노장의 가치는 세월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했다. 우즈벡전에서 50미터가 넘는 거리를 상대 수비수들을 달고 5~6초 만에 돌파하는 장면은 한창때인 20대의 젊은 선수들조차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모습이다. 노장 차두리가 여전히 실력만으로 대표팀에서 당당히 젊은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다.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이 차두리의 은퇴를 만류하고 이번 아시안컵 명단에 합류시킨 것은 신의 한수로 증명됐다.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는 이제 두 번의 고비만이 남았다. 박지성과 이영표조차 이루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은 2002 세대의 마지막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차두리의 축구인생에도 아름다운 유종의 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국가대표 차두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남은 2경기가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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