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울 자리 없다’ 뿌리마저 뽑힌 침대축구
이란 앞세운 중동의 침대축구 ‘동반 몰락’
먼저 득점, 실점 최소화 ‘침대축구 극복법’
한국축구는 오랫동안 아시아의 맹주를 자부해왔다.
하지만 정작 아시아 무대에서 정상에 오른 기억은 많지 않다. 오히려 늘 우승후보로 꼽히면서도 토너먼트에서 생각지도 않은 약체 팀에게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한국축구를 골탕 먹였던 중동축구의 필살기는 전력 차이나 원정 텃세가 아니었다. 바로 침대축구로 대표되는 시간지연 플레이와 비매너 심리전이었다. 경기와 상관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그라운드에 넘어지고 엄살을 부리며 고의적으로 시간을 끄는 행위는, 어느새 중동축구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안컵 같은 토너먼트에서 침대축구는 더욱 심해졌다. 전력상 우세한 한국을 상대로 어떻게든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특히 한국의 결정적 실수나 역습 허용으로 자칫 선제 실점을 내주는 상황이라도 되면, 그 순간부터 그야말로 극악의 침대축구를 감상해야만 했다. 할리우드 액션도 모자라 심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친 언행으로 우리 선수들을 도발하고 평정심을 잃게 만들려는 비매너 플레이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침대축구에 대한 최상의 대응법은 결국 하나다. 먼저 득점하고 실점하지 않는 것이다. 이광종 감독이 이끌었던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대표팀은 7전 전승의 퍼펙트 우승을 달성하며 단 1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먼저 실점하지 않으니 상대에게 끌려갈 일이 없고, 우리가 경기를 주도할 수 있으니 상대가 침대축구를 할 수 있는 틈을 아예 주지 않았다. 이광종호가 경기력 논란이나 골 결정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슈틸리케호도 이광종호의 기분 좋은 전철을 밟고 있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에서 5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이어갔다. 개막 직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까지 포함하면 6경기 510분(연장전 포함) 연속 무실점 승리 기록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7골을 넣었는데 그중 전반에 넣은 골만 4골이었다. 비교적 이른 시간에 골이 터지다보니 상대는 어쩔 수 없이 만회골을 넣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드러눕고 싶어도 침대가 들어올 상황 자체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자연히 경기 템포는 빨라지고 치고받는 공방전이 이루어진다. 지켜보는 팬들도 그만큼 축구가 더 재미있어진다.
중동 팀들을 상대했던 조별리그 오만전이나 쿠웨이트전, 그리고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은 오히려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상대팀들이 더 공격적으로 나오고, 한국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시간을 지연하는 듯한 장면이 종종 나와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한국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넘어지면 억지로 일으켜 세우려고 하거나 작은 충돌에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부리는 모습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까지 들게 했다.
물론 한국은 중동 선수들처럼 노골적인 침대축구는 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을 상대할 때마다 지저분한 침대축구로 골탕을 먹였던 중동 선수들이 역지사지의 감정을 느껴봐야 할 장면이다.
한국의 결승전 상대는 호주-UAE전의 승자다. 유럽형 축구를 구사하는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고, UAE는 중동국가지만 침대축구와는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던 '야전침대'의 대명사 이란의 8강 탈락을 끝으로, 이번 아시안컵에서 더 이상 침대축구가 생존할 자리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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