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2.8 전대를 사상 최악의 당직선거로 만들건가


입력 2015.02.06 09:36 수정 2015.02.06 09:42        김지영 기자

<기자수첩>후보들간 경쟁 불가피해도 당 지도부 중립성은 훼손하지 말았어야

새정치민주연합 2.8전당대회를 앞두고 5일 오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당대표 후보 초청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8 전국대의원대회 경선 방식을 둘러싼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주자들간 감정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여기에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면서 2.8 전당대회가 사상 최악의 당직선거로 치닫고 있다.

5일 당 을지로위원회 주최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신기남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과 박지원 당대표 후보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신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다른 건 다 좋은데 룰을 변경했단 말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건 어떤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정통성, 정당성, 신뢰, 명예에 관계되는 문제이다. 그 말만은 좀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후보는 “왜 선관위원장이 나와서 갑(甲)질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또 “엄연히 12월 29일 통과된 세칙이 있는데 없다? 시행하지 않았다? 7.30 재보선 때 실시했는데 안 했다? 명예를 위해 말하지 말라?”라며 “선거 하루 전에 규정을 바꾸는 정당은 새정치연합밖에 없다. 불리하다고 원칙을 버려선 안 된다. 있는 걸 없다고 거짓말해서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박 후보는 일반당원·국민 여론조사 룰을 놓고 문재인 후보와 각을 세웠었다. 하지만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문 후보의 요구대로 유권해석을 내리자 박 후보는 당 지도부로 타깃을 바꿨다.

중앙당 선관위는 공직선거로 따지면 중앙선관위 정도의 위상을 갖는다. 또 전당대회 경선과 관련해 시행세칙을 마련하고, 선거일정을 정하는 전준위는 공직선거 시 국회와 중앙선관위, 행정자치부의 역할이 혼합돼 있다. 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당무위원회는 국회, 국무회의 성격의 상위 의결기구이다.

문제는 경선 룰 논란으로 인해 당 지도부의 중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논란의 핵심은 가장 엄격하고 구체적이어야 할 룰이 추상적으로, 그래서 해석의 여지가 생기게끔 만들어졌다는 점이지만, 전준위가 문제의 조항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뒤엔 당 지도부의 계파 편향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가 치러진다면 전당대회 후 당 상황은 불 보듯 빤하다. 선거를 주관하는 기구가 중립적이지 못 했는데, 어느 누가 결과에 승복하겠는가. 문 후보가 당선된다면 ‘부정선거’ 논란이 불거질 것이고, 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박 후보가 활용했던 친노 프레임으로 계파갈등이 심화할 것 아닌가.

벌써부터 박 후보들 지지하는 일부 지역위원장들 사이에서 신 위원장과 문희상 비대위원장, 김성곤 전준위원장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사이 당대표 경선 구도는 당 지도부와 야합한 친노계와 억울한 비노계의 싸움으로 굳어졌다. 이젠 선거 결과가 중요한 상황이 아니게 됐다.

오히려 당대표 후보들은 자신들의 책임까지 모조리 지도부, 상대 후보에게 전가하고 있다. 모든 후보들은 공식 선거기간에 앞서 시행세칙을 확인했다. 당시에는 누구도 규정의 애매함을 지적하지 않았다. 각자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규정을 해석해놓고, 문제가 되니 자신들의 해석이 곧 규정이라고 우기고 있다.

후보들은 처음부터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해석이 갈리는 미흡한 규정을 비판했어야 했지만, 문 후보는 전례를 내세워 전준위의 유권해석을 옹호하고 있고, 박 후보는 당 지도부의 계파 편향성을 의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준위의 결정을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 두 후보가 당 지도부를 친노로 만들어버렸다.

여기에 중립을 자처한 이인영 후보의 처신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후보가 두 후보의 사이에서 반사이익을 노릴 게 아니라 분명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라도 기계적 중립이 아닌 중재자 역할을 택했다면 상황이 이처럼 악화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 정권에서 이뤄진 국가정보원의 댓글작업으로 1년 가까이 부정선거, 대선불복 논란에 시달렸다. 선거 주관기관의 중립성이 훼손되면 새 지도부의 정당성과 리더십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당 전당대회는 공직선거 때 힘을 합쳐야 하는 동료들과 경쟁이다. 당선을 위해 당 선관위에 계파를 덧씌우고, 이를 통해 전당대회를 부정선거로 만들어버리면 당의 미래는 없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지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