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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20위 금호산업 매각, 재계에서 뜨거운 이유는?


입력 2015.02.25 14:04 수정 2015.02.25 14:21        박민 기자

25일 2시까지 금호산업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

박삼구 회장 '우선매수청구권' 자금력 관건

‘금호산업 인수전’이 재계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건설업 시공능력 20위인 금호산업이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까닭에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확보는 물론 계열사까지 줄줄이 묶여 온다는 점에서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수 관건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금 동원력에 달려 있어 이를 가늠하기 위한 눈치작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의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금호산업을 되찾아올 의지가 크다. 이 때문에 박 회장은 물론 인수 참여 경쟁사간 넘볼 수 없는 통 큰 배팅을 위한 ‘머니게임’이 관측되면서 재계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25일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 접수가 마감된다. 금호산업의 현재 대주주는 57%를 가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다. 금호산업 매각주관사는 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다.

이날 인수 가격이 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식적으로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히는 절차인 만큼 투자자들의 윤곽이 개략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금호산업 인수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은 강력한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는 롯데, 신세계, CJ 등의 유통대기업과 국내 사모펀드(PEF), 같은 호남 기반 건설사인 호반건설 등이다.

중견건설업체인 금호산업 인수전이 재계의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지분 관계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가진 금호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최대주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다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에어부산 지분 46.00%, 금호터미널 지분 100%, 금호사옥 지분 79.90%, 아시아나개발 지분 100% 등의 계열사들도 줄줄이 손에 쥐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금호산업은 지분가치는 약 5000억원으로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인수 금액은 1조원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매각에서 인수 후보들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인수 가격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금호아시아나그룹
우선 롯데, 신세계, CJ 등의 대형유통기업이 금호산업 인수 참여를 놓고 막판까지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은 관광·호텔·유통·건설 등을 주력사업으로 하고 있어 항공사를 가지면 물류망 확대는 물론 면세점 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토종 사모펀드(PEF)인 MBK와 IMM, 금호고속 대주주인 IBK펀드의 참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자금력을 앞세워 대기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경험이 많은 이들은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금호산업을 인수해 몇 년간 투자하고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금호산업 지분율을 6.16%까지 사 모았던 호반건설도 이달 초 국내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을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면서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주택공급실적(민간공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사업 실적이 좋았고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인수 여건이 긍정적이다. 또한 호반건설의 자체 주택사업 역량과 금호산업 토목공사 노하우를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사업성도 함께 하고 있다. 금호산업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는 재무구조를 개선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최대 관건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박 회장에게 달려있다. 그간 박 회장은 “우선인수권을 행사해 모기업의 경영권을 되찾아 올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비친 바 있다. 금호산업을 먼저 인수해야만 주력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을 지키고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도 되찾기 수월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문제는 박 회장의 자금 동원력에 있다. 개인자산 대부분을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투입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도 채권단에게 담보로 잡혀 있어 당장 수천억 원이 넘는 돈을 조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 같은 이유로 박 회장의 여동생 박현주 씨가 부회장으로 있는 대상그룹이나 우호적 관계인 군인공제회 등이 도움을 주는 백기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박 회장이 경영권을 보장받는 대신 사업기회를 나누는 방식으로 대기업을 전략적투자자(SI)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모기업을 되찾으려는 박 회장의 의지와 국적항공기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까지 맞물리면서 금호산업 인수전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양상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대형 M&A 특성상 초반에는 매각 판도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5월쯤 금호산업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구체적인 인수 금액 및 후보군이 추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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