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흔들리는 문재인 리더십 '친노 딜레마 어찌할고'
탕평 인사했지만 '김경협 카드' 하나에 추락 "친노 완전 배제는 통합 아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약속한 통합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자신의 식구격인 ‘친노 딜레마’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가장 관건이었던 인사 부분에서 대탕평 기조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음에도, ‘친노 완전 배제’가 아닌 이상 자기사람 챙기기라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27일 당내 3선 의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당 화합을 위한 협조를 구했다. 전날 당내 4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오찬에서 ‘경제정당’ 입지다지기에 힘 써줄 것을 부탁한 데 이어 두 번째 릴레이 회동이다. 아울러 3월 첫주에는 초·재선 의원들과도 잇따라 만나 당내 소통에 나설 계획이다.
비노계 유력 인사이자 전 공동대표인 안철수 의원도 만났다. 문 대표는 지난 16일 안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 “우리가 이기는 당을 만들려면 우리당 외연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 일에 안철수 대표님의 역량이 꼭 필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유능한 경제정당을 만드는데도 안 대표의 정책능력과 경험들이 필요하다. 안철수 대표도 기꺼이 도와주리라고 믿는다”고 추켜세웠다.
또한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을 비롯해 김부겸 전 의원 등 원외 인사들과의 회동 일정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계파 문제’로 맹공을 받은 만큼, 당내 화합과 통합을 위해 다양한 인사들을 두루 만남으로써 이같은 비판을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당직 인사의 경우, 신임 사무총장에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양승조 의원, 정책위의장에 정세균계의 강기정 의원을 임명했으며, 앞서 비서실장과 대변인단에는 각각 김현미 의원과 김근태계의 유은혜 의원, 박지원계인 김영록 의원을 임명하면서 계파 안배 의지를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아울러 지명직 최고위원에도 비노계의 유력한 당권 주자였던 추미애 의원과 노동계를 대표하는 이용득 전 최고위원을 지명했다.
하지만 최근 실무직인 수석사무부총장에 친노계인 김경협 의원을 임명한 데 이어 사무부총장직에도 문 대표와 가까운 한병도 전 의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대표의 이같은 통합 노력은 사실상 계파 논란 속으로 완전히 묻혀버렸다.
수석사무부총장의 역할상 이번 4.29 보궐선거 기획단과 향후 공천관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합류하고, 사무처 당직 인선에서도 주요 역할을 수행하는 등 당 조직과 실무를 총괄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제1최고위원이자 민집모 소속의 주승용 최고위원은 “관례상 1등 최고위원이 수석사무부총장을 임명해야하는데 문재인 대표가 관례를 무시하고 자기식구를 감싸고돈다”며 비공개 회의석상은 물론 기자들을 만나서도 수차례 불쾌감을 드러냈다. 급기야 주 최고위원은 27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항의했고, 한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분간 모든 최고위 일정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문 대표에 대한 이같은 비난이 사실상 ‘친노 역차별’을 요구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실제 당내에서는 ‘탕평 인사’라는 이유로 모든 당직에서 친노계를 배제하는 것 역시 통합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중 3분의 1이 친노계, 다른 3분의 1은 범친노로 분류된다. 따라서 비노계 의원으로만 인사를 구성하는 것은 인재풀 측면에서도 비합리적인 데다, 오히려 특정 계파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어서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당을 운영하는 대표로서 최소한 자신을 보좌할 ‘제 식구’ 한두사람 쯤은 있어야 한다는 것 역시 비노계가 모를 리 없다.
이에 대해 비노계 한 의원은 “탕평 인사를 약속했으니 당연히 계파 안배를 해야한다"면서도 "하지만 한 계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 역시 통합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다가는 오히려 당내 분열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주승용 의원도 저렇게까지 하는 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며 "어쨌든 대표가 나름 계파 안배를 하려고 노력한 걸 알면서 제1 최고위원이 저렇게까지 하는 건 국민 보기에도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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