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회장 '승부수'에 외환노조 '천막' 접는 이유
하나금융 통합중단 이의신청…노조 "금융위원장 약속 지킬 것"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외환은행 통합에 강공드라이브를 걸었다. 하나금융은 지난 11일 법원의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금지 가처분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김 회장이 연임 후 첫 걸음을 조기 통합에 반발하는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아닌 법정으로 뗀 셈이다.
김 회장의 ‘강공’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김 회장은 최근 인터뷰 등 공개석상에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1%라도 해봐야 한다”고 공언해왔다.
현재 법원 결정에 따라 하나·외환은행 통합 작업은 6월 말까지 중단됐지만, 법원이 하나금융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절차가 재개될 수 있다.
우선 하나금융은 법원의 기존 판단을 뒤집을 ‘현저한 금융환경 변화(사정변경)’를 소명해야 한다. 실제 하나금융이 제기한 이의신청서에는 외환은행 실적과 금융환경 변화, 선제적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외환은행 실적’을 둘러싼 노사의 엇갈린 해석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고비용구조로 외환은행이 지난해 4분기에도 적자를 내는 등 판단 기준이 또다시 바뀌었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수익성 악화가 아닌 하나금융의 무리한 대출확대이고, 영업 이익이 늘었다는 자료 등을 법원에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넘어 금융위…노조 '천막농성 접는다'
일단 노조는 여유 있는 표정이다. “법원에서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의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금융위원회라는 또 다른 관문이 남아 있다.
노조는 취임을 앞둔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노사 합의를 강조한 만큼, 금융위가 사측의 일방적 조기통합 추진에는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조가 이례적으로 임 내정자의 발언에 환영 논평을 낼 정도로 ‘아군’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노사 합의를 강조한 임 내정자의 발언은 단순한 ‘원론 수준’이 아니라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이미 신제윤 위원장이 조기 통합과 관련한 말 바꾸기로 신뢰를 잃었다는 질타를 받은 것은 물론 이에 따른 문책성 경질로 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는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노조는 두 달여간 지속해온 금융위원회 앞 천막농성을 접고 내부전열을 가다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한 관계자는 “임 후보자가 노사 합의를 강조했고, 이에 대한 약속을 받은 뒤 천막농성을 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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