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은행원 '연봉 잔치' 논란에 은행맨 "우리도 불만"


입력 2015.04.07 15:01 수정 2015.04.07 17:25        이충재 기자

수익성악화‧고비용‧비효율적 구조에 "개선 필요하다"

2014년 서울 한국은행 본점에서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추석 자금 방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은행맨들의 ‘1억원 연봉’이 도마에 올랐다. 은행권이 저금리 기조와 예대마진 감소로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자기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남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대부분 1억 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직의 비중이 높은 여직원들은 평균 5000만 원대의 연봉을 받았다.

은행원의 고액연봉 논란이 해마다 불거지는 이유는 은행들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어려울 때마다 공적자금을 수혈 받아왔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인식에선 ‘공적기관인’ 은행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고통 분담을 하려하지 않고 연봉잔치를 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1000조원이 넘는 가운데 은행의 수익은 대부분 고객의 예금을 통해 불린 결과다. 최근 은행들이 예금금리만 낮추고 대출금리를 내리는데 인색한 관행에 대한 비판여론에 고액연봉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탐욕경영’이라는 꼬리표가 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맨들도 연봉 논란에 할 말이 많다. “잦은 야근을 비롯한 업무강도를 생각하면 결코 많지 않은 금액”이라는 공식 해명부터 “일부 대기업에 비해 연봉이 높지 않은데다 당국의 통제 아래 있기 때문에 연봉 역시 자율을 얻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있다.

실제 은행맨들은 각종 여·수신, 신용카드 영업을 통해 일정한 실적을 내지 못하면 후선 배치로 이어지고,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또 은행원들의 월급봉투는 정치권에서 문제 삼을 때마다 고무줄 잣대에 휘둘려 왔다.

은행업의 본질이 ‘돈놀이’이기 때문에 견제가 불가피하고, 태생적으로 탐욕적이라는 불편한 수식어를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는 당위론도 있다.

은행도 고민 "창구 앉아 연봉 축내는 고참들"

은행 내에서도 성과와 무관한 고액 연봉은 사라져야할 관행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은행맨들은 책임자급이 많은 항아리형인 직원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어 갈수록 인건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내년부터는 법적 정년이 만 60세로 2년 늘어난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한 임원은 비효율적 구조와 그에 따른 연봉 시스템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익성 악화에 빠진 은행들이 ‘고령화‧고연봉’ 문제를 스스로 풀지 못하면 그 후폭풍은 고스란히 은행원들이 맞게 된다고 경종을 울렸다.

“경영진과 노조의 잘못된 싸인으로 연봉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다. 일선에서 열심히 뛰는 직원들에게는 합당한 보상이 용인되지만,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중고참 직원이 더 많은 연봉을 받아가는 구조는 퇴행적이다. 당장은 연봉혜택을 받더라도 나중에 구조조정 등 모든 부정적인 결과는 직원들이 떠안게 된다. 승진에서 밀린 고참들이 창구에 앉아 있는 상황이 많아지면서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문제다. 희망퇴직도 받지 않고 버티고 있어 은행 내에서도 고민거리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직원 1만명 중에 승진을 포기하고 연봉만 받는 사람이 1/4이고, 여기에 육아휴직과 퇴직을 준비 중인 직원 등이 1/4이다”라며 “직원 중에 절반만 제대로 일하고 있는 구조”라고 효율성 문제를 꼬집었다.

아울러 경영진의 ‘수십억 연봉 논란’에 노동조합과 직원들이 침묵으로 동조하는 것도 상호 비효율적인 연봉구조를 자인하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노조가 ‘최고대우’를 받는 상황에서 CEO의 고액 연봉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게 현실적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