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경향신문과 검찰의 주도권 싸움?
언론사가 중요 파일 부분 공개 의혹 양산
검찰 휴대폰 파일 공개 여부가 신뢰 저울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망으로 촉발된 '성완종 사태'가 4.29재보궐선거, 세월호 인양, 공무원연금개혁 등 굵직한 현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지난 9일 사망 직전 '경향신문'과 나눴던 전화인터뷰와 10일 성 전 회장의 바지주머니 속에서 발견된 메모지가 현 정권 핵심인사들을 겨냥하면서 성 전 회장 사건은 단순 해외자원개발 비리 의혹이 아닌 정권을 뒤흔들 핵폭풍으로 부상했다. '성완종 사태'의 이후 향배가 주목되는 이유다. 향후 '성완종 사태'의 쟁점으로는 △경향신문의 남은 인터뷰 △성 전 회장의 휴대전화 및 유서 등에서 발견될 추가 단서 △성 전 회장이 자금을 건넨 시기 등이 꼽힌다.
경향신문 인터뷰, 또 다른 폭로 있을까
우선 경향신문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인터뷰에 어떤 내용들이 담겨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 사망일인 지난 9일 성 전 회장과 50여분간 인터뷰한 내용 일부를 10일과 11일 두 차례에 나눠 공개했다.
성 전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검찰의 자원비리 수사에서 타깃이 돼 억울하다는 호소를 비롯해 자신이 박근혜정권 창출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현 정권 핵심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해당 인사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했고 10일 숨진 성 전 회장의 바지주머니에 들어있던 메모지에서 인터뷰와 동일한 내용들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경향신문이 아직 밝히지 않은 남은 인터뷰에서도 또 다른 폭로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검찰도 경향신문 인터뷰를 주시하고 있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경향신문은 빨리 녹취록을 모두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 인터뷰는 돈을 건넨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이 육성으로 남긴 마지막 증언이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더해지고 있다.
10일에는 허태열, 김기춘 등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1일에는 홍문종 의원이 언급돼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공개될 부분에는 이렇듯 특정 정치인이 차례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언론사인 경향신문이 이번 사건의 방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꼼꼼한 성완종' 휴대전화에 남긴 것은?
성 전 회장이 생전 사용했던 휴대전화 두 대도 현 정권 핵심인사들의 금품로비 수사를 촉발시킬 핵심 증거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사망일 당시 자신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두 대를 모두 들고 서울 청담동 자택에서 종로구 북한산으로 향했다. 그는 오전 6시부터 50여분간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를 했고 경찰은 성 전 회장이 오전 10시를 전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기 직전까지 경향신문 기자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던 만큼 해당 기자와의 통화 이후 사망시간까지 비는 시간 동안 성 전 회장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을 가능성이 크다. 평소 꼼꼼한 스타일로 알려진 성 전 회장이 이때 녹음 기능이 있는 휴대전화를 통해 통화 내용을 녹음해놨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 정확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유서 내용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유서 내용은 "혐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너무 억울해 결백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끊겠다. 어머니 묘소에 묻어달라"는 것이 전부다. 성 전 회장의 변호사였던 오병주 씨도 유서에 대해서는 "나도 유서 내용을 보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특이한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봐 가정이나 자녀들에 대한 말을 했을 것이라 추측할뿐"이라고만 전했다. 이에 따라 유서에 가족을 향한 당부를 제외하고 사건에 관한 핵심 내용들이 적혀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언제'가 중요…검찰 수사 및 기소 여부 갈려
아울러 성 전 회장이 '언제' 핵심인사들에게 금품을 건넸는지도 중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기가 언제냐에 따라 검찰의 수사 및 기소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우선 성 전 회장은 2011년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2012년 2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는데 이 언급이 사실이라면 불법 정치자금 기소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7년이다. 반면 이에 비추어봤을 때 성 전 회장이 폭로한 또 다른 인물들인 허태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공소시효에서 벗어난다.
성 전 회장은 허 전 실장과 김 전 실장에게 각각 2007년 7억, 2006년 10만 달러의 금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단, 허 전 실장의 경우 뇌물죄가 적용된다면 기소가 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뇌물죄는 대가관계가 입증돼야 하긴 하지만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일 땐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에 따라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특히 2012년 대선 당시 건네진 돈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박근혜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었던 홍 의원에게 2억원을 건넸다고 했고 이에 기자가 "대선자금 장부에 회계처리가 된 돈이냐"고 묻자 "뭘 처리해요"라고 말했다. 정식 회계처리가 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뜻이다. 이는 신뢰와 청렴의 이미지가 강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최근 당정청이 밝혔던 부패척결 의지도 '공허한 구호'로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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