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김성근식 벼랑 끝 벌떼야구
역할 파괴-짧은 등판 간격 ‘무리한 승부수’ 지적
벌떼야구 능한 김성근 철학..장기적인 운영 궁금증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가 시즌 초반부터 포스트시즌을 연상시키는 마운드 운용을 선보이고 있다.
선발과 계투의 경계가 사라졌고 짧은 휴식일과 연투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에이스 미치 탈보트는 올 시즌 벌써 세 번이나 4일 휴식 후 선발등판을 강행했다. 탈보트와 유먼을 제외하면 선발투수들이 종종 불펜 겸업을 하는 일도 빈번하다.
송은범은 선발,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출격했으며 좌완 불펜 권혁은 벌써 8경기나 등판했다. 이밖에도 윤규진, 송창식, 안영명, 박정진 등이 많은 이닝과 투구수를 소화했다.
한화의 이런 변칙적인 마운드 운용은 자의 반 타의 반이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 접전 상황이 유난히 많았다. 올 시즌 한화가 치른 12경기 중 9경기가 3점차 이내 승부였다.
주중 LG와의 3연전은 모두 1점차 승부였고, 롯데와의 주말 3연전도 12일 경기를 빼고는 내내 팽팽한 승부가 계속됐다. 쉽게 버릴 수 있는 경기가 없다보니 한화로서도 무리를 해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다.
벌떼야구에 능한 김성근 감독의 철학도 확고하다.
한화는 아무래도 전력이 떨어진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변칙적이라도 초반 매 경기에 총력전을 걸어야 승수를 챙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몇몇 선수들의 피로누적을 인정하면서도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나면 선수들의 기량도 한 단계 올라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다른 감독 같았으면 벌써 무리한 마운드 운영에 대한 '혹사' 지적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그나마 여론이 잠잠한 것은 김성근 감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벌떼 야구에 능하고 장기적인 투수운영에 대한 계획이 있는 김성근 감독인 만큼 아직은 믿고 기다려보자는 반응이 우세하다.
한화는 현재 5승 7패로 8위를 기록 중이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쉽게 연패를 당하지 않고 중위권을 노려볼 수 있는 것은 김성근 감독의 마운드 총력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불펜 소모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화의 선수기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이러다 시즌 중반을 가기도 전에 투수력이 고갈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한 해설가는 "한화 투수들은 기량 차이가 큰 편이다. 신중한 관리가 필요한 유형의 투수들도 많다"며 "송은범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김성근 감독 스타일의 마운드 운용에 익숙하지 않다. 여러 선수들을 기용한다고 해도 결국 접전 상황에서는 믿을만한 선수만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는데, 김응용 전 감독도 무리수를 두다가 결국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벌써부터 한화 마운드에는 적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팀의 주전 마무리였던 윤규진이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어깨 통증 증세로 지난 11일 2군에 내려갔다. 12일 롯데전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에이스 미치 탈보트는 벌써 세 번째 4일 휴식 이후 등판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난타 당했다.
김성근 감독도 원래 이렇게까지 불펜투수들을 많이 소모하는 것은 계획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선발투수들 중에 이닝이터가 많지 않다 보니 조금만 흔들리면 자꾸 불펜을 쳐다보게 된다.
10일 롯데전에서도 선발 배영수가 잘 던지다가 5회에 갑자기 무너진 데다 한화 타선이 경기 종반 추격전을 펼쳤다. 그러자 경기 종반 이날은 등판 계획이 원래 없었던 박정진, 안영명 등 필승조 투수들을 전원 투입했다. 내일이 없는 마운드 운용을 펼치는 한화의 현 주소다.
한화의 포스트시즌급 마운드 운용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까. 주축 투수들의 피로 누적과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성적의 이중고 속에 김성근 감독이 과연 어떤 대안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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