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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도 키워야 산다’ 이승우에게 필요한 커스 다마토


입력 2015.04.30 11:28 수정 2015.04.30 11:57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김연아·안현수·박지성, 뒷받침 없이 스스로 성장한 천재

여전히 인재 발굴 시스템 미흡..원조 천재들 행보 주목

박지성(왼쪽)의 존재는 자라나는 천재 이승우에게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데일리안 /연합뉴스

천재는 1%의 영감과 99%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거꾸로 말하면 1%의 영감이 없다면 99% 노력을 기울여도 천재 반열에 오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소질과 적성에 잘 맞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안타까운 건 한국 스포츠계가 천재를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개천에서 용이 태어나길 바랄 뿐, 막상 용이 출현하면 관리할 역량이 부족하다. 상당수 재능을 타고난 유망주들이 타국서 자비를 털어 살 길을 모색하는 이유다.

피겨 불모지에서 탄생한 '피겨퀸' 김연아(24·은퇴)가 대표적이다. 김연아는 열악한 환경으로 이역만리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해야 했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9)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무후무한 세계선수권 5연패(2003~2007), 월드컵 메달 51개(개인 최다), 토리노 올림픽 3관왕 등 태극마크를 달고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러시아 국기를 달고 출전했다.

안현수가 러시아를 택한 이유는 순수하게 쇼트트랙을 계속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안현수는 러시아 귀화 이유에 대해 “소속팀이 해체되면서 훈련할 곳을 잃어버렸다”며 “마침 러시아 시청이 입단을 제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소탱크’ 박지성(33·은퇴)도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천재다. 지금은 캡틴 박으로 불리지만, 12년 전 박지성은 2002 한일월드컵 엔트리 제외 1순위였다. 박지성 가족은 아직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서운함에 눈시울 붉힌다.

박지성은 K리그 입단테스트에서도 떨어졌다. 왜소한 체격 등의 이유로 선택받지 못했다. 박지성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팀은 한국이 아닌,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였다.

박지성은 맨땅에서 헤딩한 ‘학원 세대’이기도 하다. 학원 축구는 결과가 중요해 박지성의 창의력이 억눌려 있었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의 잠재력을 깨웠다. 강철 심장을 바탕으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은 활동량과 퍼거슨도 인정한 공간 지각력으로 세계를 호령했다.

박지성을 보면 이승우(17·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떠오른다. 이승우도 국내에 머물렀다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이승우 또한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해외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천재들을 위해 한국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승우는 스페인에서 ‘리오넬 메시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다. 스페인뿐만 아니라 유럽 유수의 클럽이 이승우를 지켜보고 있다. 후베닐A로 월반한 이승우는 그동안 국제 대회마다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MVP)을 휩쓸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승우는 올 시즌 바르셀로나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FIFA가 바르셀로나에 유소년 규정 위반 징계를 내렸다. 이 때문에 이승우는 18세가 되는 내년 1월까지 리그전에 나설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한국 축구계가 발 빠른 움직임을 통해 이승우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다행스러운 건 대선배 박지성의 존재다.

이승우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박지성이 이승우를 돕기 위해 나섰다. JS파운데이션(이사장 박지성)이 주최하는 ‘제1회 수원JS컵’이 29일 개막됐다.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8 대표팀은 1차전서 우루과이에 1-0 승리했다. 박지성과 같은 천재가 은퇴 후 또 다른 천재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면 한국 스포츠도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우는 후반 17분 교체 아웃됐다. 벤치로 들어올 때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축구팬들은 “오랜만의 실전 경기였고 더 뛰고 싶은 욕구가 간절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이승우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어느새 주위의 과중한 기대에 책임감을 느끼는 듯하다. ‘독보적인 재능’이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자칫 무리하면 부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승우의 진짜 성장은 지금부터다. 어려운 환경을 뚫고 한국축구 간판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마이크 타이슨을 슈퍼스타로 길러낸 커스 다마토(1908~85)는 생전에 “한 소년이 불씨 같은 재능을 가지고 왔다. 내가 불을 지피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키울수록 불은 거세게 타올라 열정의 활화산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 이승우에게 필요한 건 커스 다마토의 역할이다. 해외 선진 시스템과는 별도로 한국에서도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또 천재를 자체적으로 발굴하고 길러낼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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