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도 피하지 못한 ‘고졸 에이스 혹사’
과거 염종석-박정현-주형광 등 일찍 커리어 마감
류현진도 프로 데뷔 후 많은 이닝 소화하며 혹사
류현진(28·LA 다저스)이 어깨 수술을 받게 됨에 따라 고졸 특급 투수들의 혹사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LA 타임즈와 CBS 스포츠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20일(한국시각), 류현진이 어깨 수술을 받게 돼 사실상 시즌 아웃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류현진의 수술은 오는 22일 이뤄질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를 강타한 고졸 슈퍼 루키의 등장은 류현진 이전에도 적지 않게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대부분은 롱런을 하지 못한 채 일찍 선수 생활을 마감하거나 커리어 내내 부상에 시달린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선수가 1992년 롯데 우승의 주역 염종석이다. 염종석은 데뷔 첫해 17승 9패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고, 팀 우승에 크게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승과 맞바꾼 어깨가 되고 말았다.
염종석은 부상으로 인해 1996년에는 아예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2000년에는 불과 9.2이닝을 투구하는데 그치기도 했다. 결국 2008년 은퇴조건을 내걸고 재계약을 맺었지만 21경기에 등판해 24.2이닝만을 던진 뒤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롯데가 배출한 좌완 주형광 역시 일찍 시들고 말았다. 주형광은 24세까지 77승을 기록하며 특급 투수 반열에 올랐지만 거기까지였다. 부상에 시달린 그는 은퇴 시즌이던 2007년까지 7년간 고작 10승만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은퇴할 당시 31세라는 나이가 야속할 뿐이었다.
1989년 데뷔 2년 차에 242.2이닝을 던지며 19승을 기록, 신인왕을 차지했던 박정현도 주형광과 같은 나이에 은퇴했다. 박정현이 1989년부터 1992년까지 4년간 소화한 이닝은 무려 784이닝. 개인 통산 이닝수가 1090.2이닝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혹사였다.
이밖에 선동열의 후계자로 불리며 해태 왕조의 마지막 에이스였던 이대진도 혹사로 인해 전성기가 24세에 끝나버렸고, 현대 왕조의 영건이었던 김수경도 데뷔 3년차에 다승왕(18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지만 롱런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졸 투수들이 단명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는 역시나 혹사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세 남성의 신체는 성장이 진행 중인 경우도 다반사다. 대졸 투수들의 경우 20대 초반 체계적인 관리를 받으며 몸을 완성하는데 반해 고졸 특급 유망주의 경우 곧바로 프로의 지옥과도 같은 일정을 소화하기 일쑤다.
더군다나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은 신체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변화구를 익히는가 하면 투구폼을 바꾸는 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팔꿈치 또는 어깨에 무리가 가고 부상 위험도도 높아지게 된다.
물론 류현진의 경우 앞선 고졸 특급들과 다른 면이 있다. 류현진은 동산고 2학년 재학 당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고, 이로 인해 고교 시절 혹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화 시절 큰 부상 없이 꾸준히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에는 여느 슈퍼루키들 못지않게 많은 공을 던졌다. 데뷔 첫해 소화한 201.2이닝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 투수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시즌이 끝나면 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KBO리그에서의 7년은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한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는 쉬어갈 틈이 없는 상대 타선을 상대하느라 매 이닝 전력투구가 불가피해졌다. 게다가 구질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 기존 체인지업 외에 슬라이더와 커브를 추가했고, 5인 선발 로테이션의 메이저리그 등판 일정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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