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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바이’ 제라드·카시야스·사비…영원히 기억될 원클럽맨


입력 2015.05.21 14:13 수정 2015.05.21 14:2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구단 영욕 함께한 진정한 레전드, 나란히 작별

다른 유니폼 입고 현역생활 지속 ‘격세지감’

스티븐 제라드는 올 시즌을 끝으로 17년간 입었던 리버풀 유니폼을 벗는다. ⓒ 게티이미지

유럽축구 시즌 종료가 임박하면서 축구사에 큰 획을 그은 '레전드'들의 퇴장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를 끝으로 팀을 옮기는 것이 확정된 대형 스타들 중에는 그동안 소속팀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축구인생 내내 한 팀의 유니폼만을 입고 활약해온 '원클럽맨'도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끈다.

'리버풀의 심장' 스티븐 제라드(35)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SL)의 LA 갤럭시로 이적이 확정됐다. 제라드는 1998년부터 2015년까지 17년 동안 리버풀에서 뛰면서 2005년 팀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영욕의 순간을 함께했다.

하지만 명성에 비해 우승 기록이 많았던 선수는 아니다. 제라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비롯해 FA컵과 리그컵에서 각각 두 번씩 우승했지만 정작 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제라드는 리버풀 팬들이라면 애증이 교차하는 선수다. 제라드가 함께 한 시간은 리버풀이 전성기의 끝자락을 지나 침체기로 접어드는 시점이었다.

한때 잉글랜드 1부리그 최다 우승팀이었던 리버풀은 어느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여러 강팀 중의 하나 정도로 전락했다. 제라드는 현역 시절 무수한 공헌 못지않게 잦은 실수로 팀의 우승 기회를 여러 번 날리는 흑역사도 함께했다.

그럼에도 리버풀을 비롯한 전 세계 축구계는 제라드의 퇴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제라드는 지금보다 훨씬 전성기에 리버풀보다 더 우승권에 가까운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있었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리버풀에 남았다.

당시 제라드를 원했던 팀 중에는 레알 마드리드나 첼시 같은 구단도 있었다. 제라드가 그때 이적했다면 지금보다 최소한 한두 번 더 굵직한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지는 모르지만 아마 지금같이 특별한 위상으로 평가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수호신 이케르 카시야스(34)도 이적이 유력하다.

1999년부터 줄곧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만 입었던 카시야스는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 대표팀의 황금시대를 이끈 주역으로 한때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통했다. 레알의 라 데시마(통산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스페인의 메이저 대회 3연패(유로 2008~12, 2010 남아공월드컵) 등에서 주전 수문장으로 활약했다.

카시야스는 2013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하락세를 걸었다. 전임 조제 무리뉴 감독과의 불화 속에 데뷔 이후 처음으로 벤치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고, 파벌과 갈등의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거듭된 잔부상과 노쇠화 속에 스페인 대표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레알의 2014-15시즌 무관 등이 겹치며 마무리는 그리 깔끔하지 못했다.

레알은 카시야스의 대체자로 맨유에서 활약한 다비드 데 헤아의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시야스의 차기 행선지로는 파리 생제르망과 아스날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제라드나 카시야스에 비해 우승과 함께 좀 더 명예롭게 팀을 떠나는 케이스도 있다. 바르셀로나의 '패스마스터' 사비 에르난데스(35)는 중동 카타르의 알 사드로 이적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비는 유스 시절을 포함해 바르셀로나에서만 24년을 활약했다. 스페인대표팀의 동료이자 숙적 레알의 간판이었던 카시야스와 마찬가지로 사비 역시 월드컵, 유로, 챔피언스리그 우승(3회) 등을 경험했다. 리그 우승은 무려 8회로 카시야스(5회)에 크게 앞선다.

무엇보다 바르셀로나의 트레이드마크 '티키타카'의 중원사령관으로서 이니에스타와 함께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역사상 최고의 패스축구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비는 비교적 노쇠했다는 평가를 받은 올 시즌에도 주장을 맡아 리그에서만 30경기를 출장했고 그의 마지막 시즌을 우승으로 장식했다.

바르셀로나는 코파 델레이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승에 올라 있어 트레블은 물론 2009년 기록했던 6관왕의 재현까지 노리고 있다. 유럽축구 역사상 한 팀이 트레블을 두 번 차지한 경우는 아직 없다. 사비는 최고의 순간에 바르셀로나 아름다운 이별을 마무리할 적기인 셈이다.

물론 이들은 아직 현역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원클럽맨으로 활약하며 명가의 영욕을 함께한 전설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는 모습은 팬들에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비록 이들이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되지만, 축구팬들이라면 자신만의 확실한 개성과 색깔을 지니고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의 전성기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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