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립 대우조선 사장 "조선해양 주축…나머지는 철수"(종합)
"인적 구조조정 없을 것…상선 비중 확대는 해양 시황 부진 때문"
"해양부문 손실 상황 파악…STX 프랑스 인수 안할 것"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조선해양 사업 및 연관사업을 주축으로 하고 연관성이 희박한 분야의 계열사는 정리하겠다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향을 밝혔다. 다만 인력 구조조정은 단행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 사장은 25일 서울 중구 다동 대우조선해양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계열사 구조조정의 기본 방향은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도움이 되는 계열사는 적극 지원을 해서 살리되, 옥포와 관련이 없는 계열사는 철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해양 부문을 주축으로 하는 비즈니스 사업체로 가야 하는데, 계열사 중에서도 조선해양 부문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쪽은 적극 육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블록 공장과 설계 자회사 디섹(DSEC)을 들었다. 중국 블록 공장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품질의 블록을 대우조선해양에 공급해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는 만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디섹의 경우 높은 수준의 설계인력 확보를 통해 회사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디섹의 위치가 조선소와 다소 떨어진 부산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거제도에서 설계인력을 유치하기에는 인건비가 너무 비싸 부산에 거점을 두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풍력 사업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 사장은 “풍력은 회사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없고, 그 자체로서 타당성 여부를 따져봐야 할 것 같다”며, “최근 풍력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라 풍력 자체의 자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원매자가 나오면 매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적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희망퇴직을 단행한) 현대중공업과는 차이가 있다”며, “우리는 지난 2000년 IMF와 워크아웃을 거치며 상당히 큰 규모의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그 결과 오히려 부장 또는 전문위원 등 고직급자에서 쓸 만한 사람이 부족한 상황”이이라고 말했다.
또, 인적 구조조정 단행시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인적 구조조정이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는 상징으로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회사로서는 상당한 데미지”라며 “고정비가 내려가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인력 공백이 생기고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가 떨어진다. 그걸 회복하려면 3~5년은 걸리고, 그 기간동안 회사가 받는 부담이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다만 “조직 측면에서는 방만한 조직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조직 슬림화 또는 쇄신 차원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차근차근 잡음이 나지 않게 고치면서 회사의 효율성을 높여가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성립 사장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이 내건 수주목표를 근거로 해양 부문을 축소하고 상선 부문을 키운다는 외부 시각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로 130억달러를 설정했으며, 그 중 상선이 65억달러, 해양이 55억달러, 특수선(군수) 분야가 10억달러다. 기존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비중이 해양 55%, 상선 35%, 특수선 10%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선과 해양 부문의 비중이 역전된 셈이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우리가 선별적으로 선박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해양 쪽이 저유가 때문에 발주가 줄어들다 보니 거기 맞춰서 줄인 것”이라며, “기존 해양 쪽에서 수주한 게 오버케파(생산능력 초과)로 생산성이 저하되는게 아닌가 하는 판단도 해양쪽 비중을 줄이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선 50%, 해양 40%, 특수선 10%정도로 하면 회사가 가장 효율적으로 갈 수 있는 구조”라며, “어디를 늘리고 줄이는 건 선택의 여지가 없고, 시장 상황에 맞춰야 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상선 분야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물동량 확대에 따른 신규 선복 수요나 기존 선박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와 같은 전통적 발주 요인은 부진하지만, 친환경 고효율 선박을 선호하는 트렌드로 인해 신형선박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선과 같은 첨단 선박에 대한 수요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같은 한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고, 그 시장은 일반상선에 비해 공급과잉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상선 분야는 평년작은 유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 사장은 이날 “대우조선해양도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해양쪽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었다는 건 실사 과정에서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해양 부문에서의 손실 반영으로 적자를 기록한 데 반해 대우조선해양만 흑자를 기록한 게 ‘손실 반영’을 미뤄뒀기 때문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서 상당히 많은 적자요인들을 발표했는데, 과연 대우조선해양은 괜찮나 하는 의문들이 상당히 많다”며 “나 역시 대우조선해양으로 오면서 그런 의문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3사가 해양쪽에서 비슷한 포션이었는데 대우조선해양만 적자요인이 없다는 점에 의문이 생겼고, 지난 5월 1일 업무 파악차 비공식 근무를 시작하며 실상 파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현재 실사팀에서 손실 상황을 종합하고 있고,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어떻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2분기 실적발표에 반영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며 “다만 대우조선해양도 해양 쪽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었다는 것은 실사 과정에서 저 나름대로도 파악이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내외적으로 우려가 일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STX 프랑스 인수설은 부인했다.
정 사장은 “STX프랑스가 알려진 것만큼 부실 회사는 아니고, 장기적으로 크루즈 사업 진출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지금이 인수 타이밍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STX 프랑스 인수건은 일단 덮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STX프랑스 인수 금액은 300억원 정도로 당산동빌딩(450억원) 하나 팔면 살 수 있는 정도로 비싸다고 보긴 어렵지만 인수를 했다는 것 자체가 정부와 금융계, 언론에 파장을 미치고, 노조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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