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보이는 메르스정국, 더이상 국민불안 없기를...
<기자수첩>초동대응 잘못 따질건 따지고 책임질건 책임져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정치권은 일주일 넘게 거부권 정국으로 흘러가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직접 질타하자 정치권은 이미 유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로 혼란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잊지 말아야 할 문제가 한가지 있다. 지난 5월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후 총 33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다. 정부는 최근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7월 말에는 메르스 종식을 선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일 확진 환자 추가 발생 5일만에 메르스 환자가 또 발생하면서 아직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 간호사 1명이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아 183번 메르스 환자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메르스 환자는 총 183명으로 늘었으며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의료진 수 역시 13명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현재 치료 중인 환자 48명 가운데 36명이 안정적이며, 12명은 불안정안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메르스 감염 확산이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는 단계에 있지만 정치권은 이미 메르스를 잊은지 오래인 것처럼 돌아가고 있다. 특히 정치권 뉴스만 보면 이미 우리나라에서 메르스는 종식되고 사라져버려 걱정할 것 하나없는, 그저그런 전염병 중 하나가 돼 버린 듯하다.
특히 국정에 가장 큰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책임도 느껴야 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메르스는 이미 잊혀진 존재로 느껴진다. 박 대통령의 메르스 현장 행보는 지난달 17일 보건복지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 및 국립보건연구원을 방문한 이후에 사라졌다. 아울러 메르스 관련 언급도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발언이 마지막이다.
물론 대통령이 현장을 가고 관련 발언을 계속한다고 해서 메르스가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메르스는 현재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들이 밤낮없이 일하며 더이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국민 메시지다. 국민은 아직까지 불안해하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불안에 답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재 청와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메르스 감염 확산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나 대국민 메시지 전달은 전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설마 거부권 정국을 기회 삼아 메르스 확산 여파에 대한 사과없이 넘어가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 믿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쳤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메르스 확산이 삼성서울병원만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부회장은 기꺼이 머리를 숙여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웠다.
이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메르스 종식을 하루 빨리 선언하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사과는 필요하다. 대통령의 사과는 사과 그 자체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당당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국민 메시지를 던지는 순간 국민들은 대통령과 정부를 믿고 따르게 된다. 각자도생은 너무 슬픈 현실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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