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 2주, 새누리의 '민낯' 친박도 비박도...
'친박' 박 대통령 돌격대 이미지 낙인, '비박' 세력 결집 못하고 각자도생
박근혜 대통령의 '6.25 폭탄 발언' 이후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은 말 그대로 자신들의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이후 이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이끌었지만 박 대통령의 의중 말고는 이렇다할 명분이 없는 계파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더욱이 사태 초반에 유 원내대표 사퇴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유 원내대표가 첫 의총에서 재신임 받으면서 비박계에 숫적으로 열세임을 확인했다.
비박계 역시 처음에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는 등 세력화를 시도했지만 강하게 결집하지 못해 결국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막지 못했다. 더욱이 그동안 선거를 통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이변을 보여왔지만 이번만큼은 자신들이 새누리당 내 미래권력임을 확인시켜주지 못한 셈이다.
친박, 명분없는 '박근혜 돌격대' 자임...소수 계파 확인
친박은 박 대통령 지난달 25일 국무회의 발언 이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박 대통령이 회의 석상에서 유 원내대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유 원내대표를 나가라고 한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 사퇴를 적극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친박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 발언 이후 즉각 의원총회를 열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유 원내대표 재신임으로 결과가 나오면서 친박 의원들이 머쓱한 상황이 됐지만 이들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지난달 29일 평택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에 불참했다. 이를 계기로 유 원내대표에 대한 친박 의원들의 목소리도 다시 커지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였다. 이날 김무성 대표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지만 여기에서도 유 원내대표 사퇴 문제는 결론내리지 못했다.
이후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에 들어가고 일각에서 6일 본회의 이후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하는 방향으로 논란이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는 친박 의원들의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적어도 스스로 용퇴하는 기회 정도는 줘야한다는 분위기였다.
이러는 사이 친박 의원들이 비박 의원들 세력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의총도 그렇고 최고위원회의도 그렇고 유 원내대표를 강하게 압박하는 것과 달리 친박 의원들이 숫적으로 계속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6일 본회의 이후에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자 사퇴를 압박하는 친박 의원들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어떻게 해서든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된다는 목소리들이 힘을 얻으면서 결국 김 대표는 의총을 소집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결정지었다.
친박은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이행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이끌었지만 상처도 남았다. 친박이란 오직 박 대통령 의중 말고는 명분이 없는 계파이고 돌격대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남겼다는 게 정치권의 평이다. 아울러 당내에서 자신들이 소수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박기태 전 경주대 부총장은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친박 입장에서는 확연하게 세가 약하다, 초조하다 이런 것이 드러났다"며 "향후 친박은 더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비박,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뽑았지만...결국 선거 때문에 결집 못해
비박은 박 대통령의 폭탄 발언 이후 적잖은 충격을 받고 바로 의총에 모였다. 당시 의총이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의총 결과가 유 원내대표 재신임으로 결론나면서 비박의 힘을 보여주는 계기를 만들었다.
아무리 대통령이 강하게 비판하고 집권 여당으로 대통령의 국정을 도와줘야 하지만 자신들이 직접 뽑은 원내대표를 찍어내듯 내보낼 수는 없다는 의중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비박 의원들은 "친박근혜가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날 일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2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비박 의원들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계속 반발하는 모습을 이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해야할 수밖에 없지만 떠밀리는 모양새는 안된다는 쪽으로 기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즉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며 끝까지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생각과 그래도 유 원내대표에게 명분을 줘야한다는 의견들이 맞물려 돌아간 것이다. 8일 열린 의총의 명칭을 '사퇴 권고'에서 '거취 논위'로 바꾼 것도 비박들의 이 같은 고민이 녹아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비박은 8일 열린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결정하면서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박 대통령을 등지면 내년 총선에서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등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박은 그동안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 등 친박보다는 비박 인물들을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선출하면서 차곡차곡 입지를 넓혀 왔다. 점점 당내에서도 목소리가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 이후를 준비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번 '유승민 정국'으로 이런 노력이 한방에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아직은 비박 의원들이 새누리당 내에서 박 대통령을 뛰어넘을 수 있는 세력으로 똘똘 뭉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래권력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비박은 이번 사건을 통해 허울 좋은 세력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한다"며 "숫자라는 것이 허수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비박은 더욱 힘을 못 쓸 것이다. 대통령이 당에 대한 장악력을 확실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더욱 쪼그라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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