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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의,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을 위한 '암살'


입력 2015.07.21 08:58 수정 2015.07.21 11:03        부수정 기자

'도둑들' 최동훈 감독 3년 만에 컴백

이정재·하정우·조진웅·오달수 출연

배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최덕문이 출연한 영화 '암살' 스틸. ⓒ 쇼박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된 직후인 1911년. 친일파 강일국(이경영)은 데라우치 암살사건 때 총독의 목숨을 구한 뒤 두터운 신임을 얻는다. 남편과 생각이 다른 일국의 아내는 쌍둥이 딸을 데리고 남편의 곁을 떠난다. 일국은 눈엣가시인 아내를 총으로 쏴 죽이고, 딸 하나를 데려온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1933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백범 김구와 의열단의 약산 김원봉(조승우)은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을 주축으로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세 명을 데리고 암살 작전을 세운다.

첫 번째 주인공은 한국 독립군 제3시대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그는 뛰어난 사격 실력을 갖추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긴 팔과 다리, 빼어난 미모, 도도한 표정.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우아한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모으는 묘한 매력이 있다.

두 번째는 생계형 독립군 속사포(조진웅). 본명은 추상옥으로 화려한 언변과 순발력을 지녔다. 세 번째는 행동파 독립군 황덕삼(최덕문).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는 우직한 성격의 폭탄 전문가다.

'암살단'의 목표는 11월 7일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강일국을 암살하는 것. 안옥윤이 대장으로 나선 '암살단'은 하나의 신념으로 똘똘 뭉쳐 경성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배신자의 정체가 드러나고, 거액을 받고 "암살단을 살해하라"는 의뢰를 받은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암살단의 뒤를 쫓는다.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암살단'은 작전을 무사히 성공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암살'은 지난 2012년 '도둑들'로 1200만 관객을 불러모은 최동훈 감독의 신작.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 요원, 이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올여름 최고 기대작이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장악한 극장가에서 한 줄기 빛이 될 한국 영화의 희망으로 꼽혔다. 순 제작비 180억원이 든 만큼 화려한 볼거리가 최대 강점이다.

배우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조진웅 최덕문이 출연한 영화 '암살' 스틸. ⓒ 쇼박스

첫 장면에서부터 총알이 튀기고, 폭탄이 터지는 등 숨 가쁜 총격신과 액션신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의 펼치는 액션신이 기대한 것보다 완성도가 높다. 특히 '여신' 전지현이 독보적이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총을 겨누고, 쏘는 모습에선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남자 배우들 틈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는 몇 안 되는 여배우다. 극 중반 암살 작전을 펼칠 때 지붕 위에서 슬로우모션으로 뛰어다닐 때는 남성 관객뿐만 아니라 여성 관객까지 휘어잡는다.

총격신과 액션신이 극 곳곳에 배치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극 후반부 암살단과 하와이 피스톨이 합세해서 펼치는 액션신은 영화의 백미로 꼽을 만하다.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암살단과 하와이 피스톨·영감(오달수)의 모습은 극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1930년대 경성과 상하이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세트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급스러움이 '철철' 흐르는 미츠코시 백화점, 시대상을 반영해 만든 총 4500벌의 의상, 경성·상하이 거리 등은 시대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권총, 기관단총, 소총, 전투용 중기관총 등 실제 1930대에 사용했던 16종류 15정의 다양한 총기와 포드 A, 포드 T, 링컨 K 등 클래식 차량도 사실적으로 재현해 몰입감을 높였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우선 여배우로서 극을 이끈 전지현의 성장이 놀랍다. 연기는 둘째 치고 이런 액션신을 할 만한 여배우는 전지현이 유일할 듯하다. 그것도 우아하고, 예쁘게 말이다. '별에서 온 그대'의 발랄한 천송이가 단번에 잊혀지는 캐릭터다. 최 감독이 "안옥윤은 전지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한 말에 수긍이 간다.

이정재의 연기력은 정점에 다다른 수준. 두 얼굴의 임시정부 요원 염석진 역을 맡은 그는 캐릭터를 위해 체중 15kg을 감량하는 등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악인으로 변해가고, 예민한 성격을 드러낼 때는 '온 힘을 다한 연기'가 전달된다.

하정우는 말할 것도 없다. 무심한 듯 챙겨주는 자상함과 상하이 무법자의 거친 매력을 동시에 발산,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저격한다. 조진웅, 최덕문, 오달수 등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영화의 전체적인 만듦새가 괜찮고 '잊혀진 독립군을 잊지 말자'는 기획 의도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만 아쉬운 점은 출연진에서 '새로운 얼굴이 없다'는 것이다.

전지현, 이정재, 오달수는 '도둑들'에서 최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고, 전지현과 하정우는 '베를린'(2013)에서 부부로 분했다. '나왔던 배우들만 출연한다'는 느낌이 든다. 신선한 배우를 발굴하는 것은 감독과 제작자, 더 넓게는 한국 영화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 감독은 기획 의도에 대해 "자신의 신념을 위해 열심히 투쟁하며 살아간 인물들이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암살'이 잊을 수 없는 역사를 기억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39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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