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 밝힌 신동빈, '가시밭길'
일본 주주 설득, 자금 조달, 신동주 전 부회장 한국 롯데 지분 등 난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반일 여론을 잠재우는 것과 동시에 그룹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내세웠지만 향후 해결해야할 일이 산적하다.
우선 호텔롯데의 지분 99.4%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주주들이 굳이 지분율을 낮춰 그룹 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을 포기할지 의문이다. 또 지주회사 전환에 필요한 7조원의 자금 조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롯데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12일 롯데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주주 구성이 다양해 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이런 발표를 한 배경은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정치권과 정부 등에서 문제제기한 영향도 컸지만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국민들의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다. 신 회장은 기자회견 내내 '롯데는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호텔롯데 주주들이 이에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가 19.7%, 일본광윤사 5.45%, 나머지는 모두 일본주식회사 L1~L12 투자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일본기업이다.
신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주주는 3분의 1이 광윤사, 3분의 1이 우리사주협회, 나머지 3분의 1을 임원들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자회사나 조합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1.4%에 불과하다.
문제는 우리사주협회 등 일본 측 임직원들이 자신들의 지분율을 낮춰가며 매출 9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롯데의 지배력을 낮출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신 회장 역시 호텔롯데 상장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이사회와 주총결정이 필요해서 제가 언제까지 하겠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3대 과제' 일본 주주 설득, 자금 조달, 신동주 전 부회장과 관계
또 신 회장이 밝힌 지주회사 전환과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7조원 자금 조달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7조원은 그룹 순이익 2~3년 치에 해당하는 규모다. 롯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도 3조6000억원대로 7조원에 한참 부족한 금액이다. 2010년 3조원대의 순이익을 올렸던 롯데그룹의 이익 규모가 1조원대로 지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런 이유로 롯데그룹은 향후 호텔롯데 이외에 다른 비상장 계열사들의 상장도 추진할 것이라는 설이 나오고 있다.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신 전 부회장과의 관계도 신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에서 롯데제과 3.92%, 롯데칠성 2.83%, 롯데푸드 1.96%, 롯데상사 8.03% 등 신 회장과 지분율이 유사하다. 향후 호텔롯데 상장 및 지주회사 전환, 비상장 계열사 상장에 있어서도 신 전 부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클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일본 주식과의 주식 스왑(맞교환)을 통해 한일 롯데를 완전히 분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서는 일본 주주들의 설득과 자금조달,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관계해결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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