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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은 뜨는데 왜 '협녀'는 '해무'처럼 가라앉을까


입력 2015.08.16 08:44 수정 2015.08.16 08:51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여름 흥행 공식 '재미+액션+사회적 메시지'

배우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주연의 영화 '협녀, 칼의 기억'. ⓒ롯데엔터테인먼트
2014년 영화 '명량', '해적', '해무'는 여름극장가를 뜨겁게 달굴만한 작품들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명량'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일찍 천만관객 동원에 성공했고 심지어 1700만명 관객동원이라는 최고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영화 '해무'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제작에 올린 봉준호 감독의 이름값이 무색해졌다. 의외의 선전을 한 작품은 영화 '해적'이었다.  워낙 영화 '명량'에 관한 쏠림 현상이 심했기 때문에 천만관객을 동원한 것은 아니지만 86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애초에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 영화가 이렇게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호쾌한 액션과 웃음과 재미가 묻어나는 영화라는 입소문이 돌았기 때문이었다. 

2015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암살'은 개봉 25일만에 1천만관객을 돌파했다. 역사적 사실을 다룬 데다가 진지한 사회적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것은 영화 '명량'이나 '암살'이 모두 같았다. 영화 '해적'과 같은 작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영화 '베테랑'이었다. 단 10일만에 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영화 '도둑들'과 같은 기록이었고, 국제시장(15일), 7번방의 선물(17일), 변호인(13일)보다 빨랐다.

당시 영화 '도둑들'은 13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되었다. '베테랑'의 흥행속도가 이대로라면 1300만명도 가능할 수 있다. 영화 '베테랑'이 인기를 끈 것은 '해적'과 마찬가지로 역시 액션과 웃음, 재미에 있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명품연기가 더욱 몰입을 증대시켰다. 영화에서 재벌 3세역을 맡은 유아인의 연기에 대해 찬사가 쏟아진 이유다. 

상대적으로 전도연과 이병헌, 김고은의 출연으로 기대를 받았던 영화 '협려ㅡ칼의 기억'은 덜 주목을 받았다. 협이나 칼이라는 말이 등장했기 때문에 액션을 생각할 수 있어서 여름극장가에 적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협려'는 '해무'와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어 보였다. 진지한 문제의식이나 감독의 스타일도 분명했다. 무엇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모두 비극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희망적인 내용이 아니라 슬프고 우울했다. 헤어나올 수 없는 주인공들의  운명을 담아내고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과 아울러 그 결말도 비슷했다.

'해무'의 선장과 선원들은 희망의 꿈을 꾸었지만, 결과는 참담했고, 영화는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는데 집중했을 뿐이다. 영화 '협려'의 경우에도 사회의 변화를 위해 꿈을 꾸었던 이들의 좌절과 배신 그리고 비극적인 파국을 형상화하는데 집중했다. 애초에 눈길을 끌 수 있었던 액션이나 장쾌한 서사구조가 아니라 복잡한 인물들의 갈등구조가 중심이어서 자칫 피로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즉 한편의 공연예술작품을 영화에 옮겨 놓은 느낌이라 그런 면에서는 매력이 있을 수도 있었지만, 대중적인 흥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었다. 다른 흥행 영화들은 모두 희망과 극복을 결말로 삼고 있었지만, 두 영화는 좌절과 고통에 집중했기 때문에 추천이나 입소문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비극을 다뤄야 예술적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모양새였다.

한편으로 영화 '해무'와 '협려'의 훙행결과는 거꾸로 여름 극장가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여름철 극장가에서 각광받는 영화는 재미와 웃음, 액션 장르여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이러한 요인만 있다면, 추천의 사유가 부족하게 될 법하다. 여기에 현실에 바탕을 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 족하다.

다만 그 사회적 메시지는 과잉되지 않고 적절하게 묻어나야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휴가와 방학등이 겹쳐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들끼리 영화를 관람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런 관람동기에 부합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협려'에는 부모를 살해하는 내용이 중심에 있고, '해무'에도 집단적인 죽음과 지나친 섹슈얼리티가 거슬렸다.

하지만 흥행 영화의 고정적인 현상은 한편으로 우려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비슷한 유형의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식이나 코드의 조합이라는 측면은 한동안 대형 영화들의 실패를 불러와 한국 영화계를 힘들게 했다. 근래 흥행한 영화들은 모두 감독들이 오랫동안 장르영화에 일관되게 관심을 기울여온 이들의 작품이다. 윤제균, 최동훈, 김한민, 류승완 등이 대표적이다.

즉 그들의 작품 스타일이 어느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관객들이 원하는 장르에 오랜 동안 연구와 실천을 한 이들의 작품이 그만큼 대중적 흥행에 유리한 시대가 되었다. 그것에 대량 물량 공세의 영화 마케팅이 결합되고 있다. 다만, 그 물량 공세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키는 감독들이 배출될 수 있을 지 우려가 되기도 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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