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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끈' 남근석을 만지면 샘이 마른다고...?


입력 2015.10.03 09:25 수정 2015.10.03 09:25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 - 성석기행>순창 팔왕마을 입석

전북 순창군 팔덕면 산동리는 드넓은 곡창지대다. 산동리(팔왕마을)앞에는 남근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수백 년 묵은 당산나무 몇 그루가 심어져 있고 정자까지 지어놓았다. 주민들은 농한기인 여름철에는 이 정자에 모여 앉아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소사를 주고받으며, 더위를 식힌다.

그중에서도 가장 빅뉴스는 역시 혼사문제다. 옛 부터 자식을 많이 낳고, 종족을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해서 다산을 바라는 뜻에서 남근석까지 세웠다.

순창 산동리 팔왕마을 입구에 세운 남근석. ⓒ최진연 기자

팔왕마을 남근석은 화강암의 자연석을 정으로 쪼아 정교하게 다듬었는데, 마치 건장한 남성의 성기가 하늘을 향해 발기된 체 솟아 있다. 남근석아래 부분은 연꽃무늬를 새겼으며, 살아 움직이는 듯이 울퉁불퉁한 근육 같은 힘줄은 어느 석공의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 같이 신비스럽다.

주민들은 속칭 자지바위, 남근석 또는 연꽃바위로 부르는 남근석의 높이는 1.9m, 둘레가 1.5m정도 된다. 이 남근석은 언제, 어느 시기에 세웠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학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국내서 대표적인 남근석으로 손꼽는다.

울퉁불퉁한 근육같은 힘줄이 어느 석공의 예술품을 보는것 같다. ⓒ최진연 기자

옛날에는 음력 정월대보름날 남근석에 금줄을 치고 풍물을 치며 동제를 지냈으나 지금은 동제는 지내지 않는다. 다만 산모가 젖이 부족할 때 가끔 찾아와 남근에서 마을방향으로 100m 떨어진 우물에 치성을 드린다고 한다.

이 우물은 여자의 성기를 닮았으며, 아래 있는 남근석과 연관이 깊다. 그런데 남근을 잘못 건드리면 샘이 마른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팔왕마을은 풍수학으로 볼 때 여자가 누워 있는 형상이다. 마을의 공동우물인 이 샘은 여체의 음부에 해당된다. 예전에는 마을에 음기가 넘쳐 여자아이가 많이 출생했다 한다. 더러는 후대가 끊기는 집도 생겨났다. 주민들은 회의를 열어 마을입구에 남근석을 세우기로 했다. 남근을 세우면 양기가 솟아나 남자아이들의 출생률이 높아 질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이 우물은 여성의 음부에 해당된다. ⓒ최진연 기자

팔왕마을은 남근석과 우물 때문에 자식, 특히 아들 못 낳는 집이 없었고 전란에도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설에는 500여 년 전 힘이 센 여장수가 2기의 남근석을 치마에 싸가지고 오다가 무거워서 1기는 창덕리에 버리고, 1기는 이곳에 세웠다한다. 또 다른 전설은 아들을 원하는 부녀자들이 남근석 주변에 움막을 치고 치성을 드리기도 하고, 음력 정월대보름날 밤에는 음식을 장만해 그 앞에 차려 놓고 아들 낳기를 빌었다고 한다. 특히 아들이 없는 사람은 이 마을로 이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아들을 얻었을 정도였다고 했다.

남근석 옆에는 정자를 세우고 고목도 수 그루 심었다. ⓒ최진연 기자

주민들에 따르면 예전에 웃지 못 할 사건도 있었다. 70년대 후반에 시멘트로 샘 덮개를 만들어 먼지나 외지 사람들이 샘 안쪽을 보지 못하도록 항시 덮어놓았다. 그 후 어느 날 멀쩡하던 남근석이 넘어지고,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던 우물마저 말라 버렸다.

더구나 수정 같이 맑던 우물도 고름같이 누런 물로 오염되고 말았다. 마을에서 남근석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또 다시 정성을 다하자 우물은 다시 맑아졌다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데일리안 = 최진연 문화유적전문기자〕

최진연 기자 (cnnpho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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