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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작은 거인’ 루스말렌, 잠바디스 업그레이드판


입력 2015.10.24 08:16 수정 2015.10.24 08:18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잠바디스 보다 적극적인 공격으로 글로리 라이트급 평정

신장 168cm의 루스말렌은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글로리 영상 캡처

UFC(종합)와 달리 입식격투기로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글로리(Glory)’ 라이트급은 강자들의 격전지로 불린다.

앤디 리스티(32·수리남), 다비트 키리아(27·조지아), 조시 전시(22·캐나다), 조르지오 페트로시안(30·이탈리아) 등 뛰어난 선수들이 풍성하다. 최근에는 태국 본토에서 날아온 무에타이 전사 싯티차이 싯송피농(23·태국)이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했다. 각자 국적도 스타일도 다르지만 하나같이 챔피언에 오른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강자들이다.

이러한 입식 정글의 세계에서 정상에 올라있는 챔피언은 다름 아닌 로빈 반 루스말렌(25·네덜란드)이다. 수비 기술자 페트로시안과 공격 기술자 리스티 앞에서 고배를 마실 때까지만 해도 “챔피언은 어려울 것”이라는 혹평도 많았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 끝에 챔피언 벨트를 두를 수 있었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는 리스티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과 리벤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루스말렌은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신장은 168cm로 체급평균에도 못 미치지만 화끈한 자신만의 파이팅 스타일을 통해 라이트급 최강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승리의 상당수는 아투르 키센코, 리스티 등 키에서 월등한 장신자들을 상대로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루스말렌이 작은 신장에도 장신 강자들을 격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적극성을 들 수 있다. 키 차이로 인해 장신자들에게 원거리 폭격도 많이 당하지만 웬만해서는 큰 충격을 받지 않고 라운드 중후반까지 잘 견디어낸다. 내구력과 근성도 좋지만 커버가 워낙 단단해 정타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때려도 때려도 무너지지 않고 들소처럼 밀고 들어오는 모습에 대부분 상대는 막판에 가서 질려버린다. 결국 경기가 진행될수록 루스말렌은 포인트에서 우세를 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어만으로 승리를 차지할 수는 없다. 루스말렌은 공격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상대의 빈틈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고 방어에서 공격-공격에서 방어로 이어지는 동작이 기민해 조금의 허점만 발견해도 묵직한 펀치를 틈새로 꽂는다.

상대가 충격을 받은 순간에는 폭풍처럼 몰아치며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펀치가 워낙 강해 가드 위로 타격이 들어가도 휘청거리는 상대가 대다수다. 때문에 루스말렌은 유효타 공방전에서 밀리는 경우가 드물다.

루스말렌은 상대가 키가 작든 크든, 아웃파이터든 인파이터든 자신만의 패턴으로 꾸준히 압박해 결국은 때려 부순다.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아 견디지 못한 상대는 넉 아웃으로 눕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포인트 면에서 대부분 우위를 가져간다.

전형적 펀처스타일의 루스말렌은 빠르고 묵직한 양훅이 일품이다. 대부분 공격의 시발점과 마무리 일 정도다. 양훅으로 압박을 거듭하다가 어퍼컷으로 올려치기도하고 몸통이 비어있으면 바디 블로우를 꽂아 넣는다. 킥은 주로 상대의 안면가드를 내리는 용도로 많이 쓴다. 상대의 안면 커버가 단단하면 미들킥으로 몸통을 차거나 무릎공격을 시도하고 하체를 향한 로우킥도 종종 구사한다.

루스말렌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K-1 월드 MAX' 무대에서 활약하던 마이크 잠비디스(35·그리스)가 떠오른다. 167cm의 단신이었지만 넘치는 투지와 열정을 바탕으로 수많은 명경기를 만들어내며 많은 입식 격투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중해의 철권(鐵拳)', ‘작은 타이슨’ 등 멋들어진 닉네임이 이를 입증한다.

잠비디스는 탄력적 움직임을 바탕으로 강력한 펀치를 휘두르며 난타전을 즐기던 선수다. 상대가 누구든 정면승부를 걸어오면 절대 빼는 법이 없었다. 그만큼 펀치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주먹공격과 섞여 들어가는 기습적인 플라잉 니킥 역시 매서운 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는 정상에 서는 데는 실패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 선수들은 그와 정면에서 난타전을 펼치는 것을 꺼려하고 아웃파이팅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장신선수들의 리치를 살린 패턴에는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다. ‘잠비디스의 키가 5cm만 더 컸더라면 K-1 MAX의 역사가 바꿨을 것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루스말렌이 대단한 것은 잠비디스가 해내지 못한 ‘단신 챔피언’의 역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신장은 잠비디스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장신파이터에 대한 자신만의 대응법을 잘 만들어내며 입식무대에서의 키 차이를 무색케 했다.

아직까지 루스말렌이 체급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리스티를 무너뜨리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페트로시안이 남아있고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싯송피농의 기세가 무섭다. 특히 싯송피농은 상대의 가드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무에타이식 미들킥을 지녀 각별한 경계가 필요하다. 루스말렌이 단신 챔피언으로서 얼마만큼의 전설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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